[골프]최상호 "담배끊고 체력관리…목표는 늘 우승"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09분


'영원한 현역'이고 싶다는 최상호 프로의 눈매는 여전히 날카롭기만 하다
'영원한 현역'이고 싶다는 최상호 프로의 눈매는 여전히 날카롭기만 하다
“제 성적에 만족합니다.”

16일 끝난 올시즌 마지막 대회인 강원오픈에서 다 잡았던 우승트로피를 놓친 ‘그린의 마술사’ 최상호(46·카스코·남서울CC)의 소감은 뜻밖이었다.

역전드라마를 수없이 연출하며 ‘독종’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도 나이가 드니 승부욕이 무뎌진 탓일까. 아니면 ‘톱10’에만 들어도 감지덕지할 정도로 이미 마음을 비운 것일까.

“은퇴하는 그날까지 목표는 우승입니다. 골프에서 우승이외에 그 어느 것도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그가 강원오픈 결과(공동3위)에 만족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제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도 얼마든지 우승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20여년간 플레이중에 담배 한갑 이상을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던 그가 ‘금연’을 단행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대로 끝낼수는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국내 남자프로골프 최다승인 42승을 거두며 상금왕 타이틀만 해도 10차례나 차지했던 그로서는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금연하면 선수수명이 5년이상 늘어난다고 주위해서 권유하더군요.”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유일한 ‘도우미’였던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는 ‘독종’답게 지난 1년간 단 한 대도 피우지 않았단다.

“이제는 실내에서 담배냄새를 맡으면 싫어질 정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금연 후유증 때문인지 올시즌 제 골프는 기복이 심했습니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참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독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올해로 만 46세인 그는 아직 체력은 걱정없다고 자신한다. 올시즌도 4라운드를 돌면서 다리가 무겁다거나 피곤함을 느낀 적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특히 금연한 이후에는 확실히 몸이 가벼워졌다.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70야드. 1m70, 67kg의 크지 않은 체구와 현재 정규투어 멤버중 ‘노장’측에 속하는 나이를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290, 300야드씩 치는 후배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골프는 거리가 다는 아니니까요.” 그는 매일 스트레칭 1시간과 연습볼 400∼500개씩을 쳐야 직성이 풀리고 연습라운드도 일주일에 4회 정도는 꾸준히 하고 있다.

그가 현역에서 은퇴하기 전에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의외로 소박하다.

“55세까지는 정규투어에서 뛸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현재 42승이니까 꼭 50승은 달성해야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승수를 정해 놓은 것은 없습니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단 1승이라도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성적을 보면 ‘쇼트게임의 명수’‘퍼팅의 귀재’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쇼트게임이 무뎌진 것을 본인도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먹다보디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핑계같지만 특히 올시즌은 금연의 후유증 때문인지 저 자신도 실망이 컸어요. 하지만 마지막 대회에서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내년 시즌을 지켜봐 주세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오늘의 최상호’를 있기 해준 78년 여주오픈. 프로에 데뷔한지 만 1년도 안돼 우승해 자신감을 가졌다. 요즘은 한시즌에 개최되는 대회수가 10개가 넘지만 당시 몇 개 안되는 대회에서 통산 42승을 거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가 한국골프 발전을 위해 해결돼야할 선결과제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퍼블릭코스 증설과 골프채의 국산화. “주 5일제 근무제가 되면 국민들의 여가활동에 정부도 신경써야 할 텐데 등산만 하라고 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게임을 즐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운동이 되는 골프를 더 많은 사람이 부담없이 즐길수 있도록 회원제는 이제 그만 짓고 퍼블릭코스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국산골프채를 애용하던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성적부진탓에 국내 업체로부터 ‘외면’당하는 바람에 1년전 외국메이커와 스폰서계약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산골프채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골프인구가 2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외국채 하나씩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국산 골프채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골프채를 만들수 있도록 특소세 문제라든가 제반 규제가 풀려야 합니다.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골프채 하나 제대로 못만들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일반 아마추어골퍼들이 요즘같은 겨울철에 내년 시즌을 위해 ‘점프업’할 수 있는 동계훈련방법을 물어봤다. 뭔가 귀에 번쩍 트일만한 비결을 기대했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로 평범했다.

“틈나는대로 자주 연습장에 나가 골프스윙을 해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골프는 근육훈련입니다. 자주해야 코스에서 그대로 반복할수 있죠.” 한국남자골프의 제왕도 ‘골프에는 왕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퇴이후 무엇을 하고 싶을까.

“골프로 명예와 부를 얻었기 때문에 후진양성을 위해 뭔가를 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계획이었다. 아직 ‘은퇴’라는 단어는 최상호에게 그리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리라.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 싶은 ‘필드의 마술사’ 최상호. 그의 마음은 벌써 내년 시즌으로 부풀어 있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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