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은 국정원 하부기관인가'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42분


검찰이 또 떠밀리다시피 국가정보원의 김은성 전 차장 등에 관한 수사에 나섰다. 이런 수모가 과연 몇 번째인가. 지앤지(G&G)그룹의 이용호씨 주가 조작 및 횡령의혹 사건도 지난해 소리 소문 없이 덮어버렸다가 그 피해자가 수없이 생기고 난 1년여 만에 여론이 악화되자 재수사에 나섰다. 특별감찰본부라는 이례적인 조직을 만들면서까지 지난해 이용호사건이 묻혀지는 데 작용한 고검장급을 포함한 간부 3명의 옷을 벗겼다.

이어 국정원의 김형윤 전 경제단장이 ‘정현준 게이트’의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얼버무리다가 1년 뒤에야 구속했다. 검찰은 돈을 주었다는 진술이 나오면 공직자를 수뢰혐의로 조사하고 설사 부인하더라도 기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전 단장의 경우 제대로 조사조차 않다가 뒤늦게 사법 처리했다. 치욕스러운 일이다.

이제 검찰이 국정원의 김은성 전 2차장, 정성홍 전 경제과장, 그리고 민주당의 김방림 의원 역시 ‘정현준 게이트’ 혹은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보도가 터지고 국회에서 논란이 일자 수사를 재개했다. 김 전 차장은 이경자씨로부터 1000만원을, 정 전 과장은 ‘진승현 게이트’의 김재환 전 MCI코리아회장으로부터 4000만원(김씨는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김재환 전 회장이 민주당의 김방림 의원에게 5000만원을 주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흐지부지하려다 다시 확인작업에 나섰다.

유독 국정원 간부들에 대해서 ‘뒷북 수사’를 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 때문에 검찰에 대한 신뢰는 망가지고 명예는 실추되었다. 굳이 야당의 성명서 공세는 접어두더라도, 민주당 의원조차 “검찰이 국정원의 하부기관이냐”(조순형 의원)고 질타하는 판이다. 또 여당 대변인까지 나서 “검찰과 국정원에 대해 유감스럽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검찰은 명예를 걸고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그 결과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재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제로 끌려갈 상황임을 검찰이 더 잘 알 것이다. 수모와 치욕은 지금까지의 것으로도 족하다. 법치(法治)는 검사가 ‘공익의 대변자’로 신뢰받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것이다. 검찰이 바로 서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면 기강이고, 질서고, 만사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돌려세우는 것은 그들 검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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