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0일자 보도에 나타난 최근의 공직사회 모습은 이미 위험 수위에 올라 있다. 대통령의 여당 총재직 사퇴로 주요 경제 부처와 여당 출신 정치인이 장관으로 있는 부처 등 내각 전반에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되면서 상당수 공무원들이 사실상 일손을 놓고 정치권 동향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보다 정치(인사청탁)에 더 신경쓰는 사무관이 많고 서기관 부이사관 이사관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다”, “고위 간부들 상당수는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신상에 변화가 올까봐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는 등 현장 공무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공직사회가 벌써 ‘마비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를 짙게 한다.
정권이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공직사회 기강도 어느 정도 이완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 정권의 임기는 아직 14개월이 남아 있다. 벌써부터 공직사회가 흔들려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문제를 풀어 나가려면 무엇이 공직사회의 때 이른 동요를 불러왔는가를 성찰하는 것이 순서다. 암행감찰을 강화한다든지 사정 엄포를 놓는 등의 대증요법으로는 공직사회의 안정을 기할 수 없다. 우선 김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 사퇴 이후에도 가시지 않는 사회 일각의 ‘의혹의 눈초리’를 불식시켜 향후 국정에만 전념한다는 확신을 공직사회 전체가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진의 ‘정치개입 금지’ 등 부분적이고 방어적인 수준을 넘어 예측 가능한 국정운영의 시간표를 제시하는 능동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도 하루빨리 내분을 수습하고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 때문에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그로 인해 나라가 흔들릴 지경이라는 공직사회 현장의 목소리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