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프로야구 MVP 후보?

  • 입력 2001년 11월 9일 11시 35분


지난 10월 31일 2001시즌 MVP와 신인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MVP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이, 최우수 신인으로는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이 각각 선정되었다. 그런데 이승엽의 MVP 수상에 대해서는 뒷말이 많다. 투수 부문 타이틀 3개를 차지한 LG 신윤호가 더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이승엽이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타자 중 가장 뛰어난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 그 중 신윤호와의 비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 시즌의 신윤호는 3개의 타이틀 때문에 과대평가되는 케이스이다. 하지만 후자의 의문에는 충분히 근거가 있다. 분명히 이승엽은 올해 최고의 타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MVP 투표자들을 비난하지는 말자. 그들의 투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5명의 MVP 후보 중에는 이승엽보다 낫다고 자신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MVP 후보' 중에서는 말이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MVP 후보 중 타자 3명의 올 시즌 성적이다.

G

AB

R

H

2B

3B

HR

RBI

SB

CS

BB

HP

SO

BA

OBP

SLG

이승엽

127

463

101

128

31

2

39

95

4

2

96

12

130

.276

.412

.605

우즈

118

436

101

127

16

2

34

113

12

3

83

1

114

.291

.402

.571

양준혁

124

439

79

156

20

3

14

92

12

5

80

1

55

.355

.449

.510

그럼 다음 기록도 한번 보기로 하자. 이들 6명과 위 3명의 기록에서 확연한 수준 차를 느낄 수 있는가?

G

AB

R

H

2B

3B

HR

RBI

SB

CS

BB

HP

SO

BA

OBP

SLG

호세

117

367

90

123

20

2

36

102

7

4

127

1

72

.335

.503

.695

심재학

117

369

83

127

20

1

24

88

7

1

86

7

50

.344

.473

.599

데이비스

130

496

95

166

21

0

30

96

15

9

60

2

74

.335

.404

.558

마해영

133

470

86

154

18

0

30

95

1

1

68

5

82

.328

.415

.557

장성호

133

489

86

152

32

4

23

97

6

4

90

6

53

.311

.422

.534

브리또

122

422

59

135

27

0

22

80

7

3

57

24

53

.320

.425

.540

이들의 득점 공헌도를 몇 가지 다른 방식으로 구해 본 결과이다.

OPS

RC

RC/25

XR

이승엽

1.017

122.68

9.10

111.74

우즈

.973

104.56

8.38

98.52

양준혁

.959

107.49

9.33

98.72

호세

1.198

139.63

14.08

119.26

심재학

1.072

113.71

11.70

99.71

데이비스

.963

109.13

8.05

102.29

마해영

.972

110.12

8.68

101.14

장성호

.956

114.69

8.41

105.22

브리또

.965

100.31

8.65

92.57

올해 최고의 타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펠릭스 호세이다. 16경기에 결장했지만(그 중 8경기는 시즌 막판의 출장 정지이다) 그는 질적인 면은 물론 양적인 면에서도 여타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올렸다. 게다가 그의 출루율 .503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호세를 제외한 다른 타자들 중 양적인 득점 공헌에서 가장 앞서는 타자는 이승엽이다. 효율면에서는 심재학이 앞서지만 이승엽보다 100타석 이상 적게 출장한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승엽은 1루수라는 포지션과 타자들에게 유리한 대구 구장을 홈으로 한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투수들의 천국 잠실 구장을 홈으로 하는 세 선수 타이런 우즈, 양준혁, 심재학과 수비 공헌도가 높은 제이 데이비스, 틸슨 브리또는 이승엽과 경합할 만하다. 진정한 MVP를 따져 보자는 것이 이 글의 의도는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비교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투수 쪽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투수 중 MVP 후보에 지명된 선수는 신윤호와 롯데의 박석진이다. 그럼 다음 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ERA

G

GS

GF

CG

SHO

W(RW)

L

SV

INN

H

HR

BB

HP

SO

R

ER

박석진

2.98

47

11

29

0

0

4(0)

10

14

133

127

6

34

19

81

50

44

신윤호

3.12

70

4

52

0

0

15(14)

6

18

144.1

129

8

79

12

99

58

50

에르난데스

3.89

34

34

4

4

2

14(0)

13

0

233.2

198

18

134

14

215

110

101

이승호

3.55

35

33

8

6

1

14(0)

14

2

220.2

200

27

115

5

165

101

87

임창용

3.90

30

29

2

1

1

14(0)

6

1

184.2

169

25

62

17

136

88

80

박석진과 신윤호는 올 시즌 방어율 1, 2위에 오른 투수들이다. 또한 신윤호는 리그 최다승을 기록했고 세이브포인트에서도 역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들을 리그 최고 투수로 보는 데는 문제가 많다. 박석진의 투구 이닝은 규정이닝을 겨우 채운 133이닝이고 신윤호도 144.1이닝에 불과하다. 반면 SK의 두 선발투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와 이승호는 각각 233.2이닝, 220.2이닝을 소화해 냈다. 이들의 방어율은 선두 그룹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75~100이닝의 차이는 방어율의 차이를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신윤호가 최다승 투수라는 것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선발승과 구원승의 의미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15승 중 구원승으로 14승을 거둔 신윤호의 기록을 선발로 14승을 거둔 세 명의 투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구원투수 부문의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현재 MVP 후보는 타자 3명, 투수 2명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에 비해 딱 3명의 타자, 2명의 투수가 특출한 성적을 낸 시즌은 아마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올해 MVP는 이 선수다'라는 것이 투표 이전에 이미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한 선수가 독보적인 성적을 낸 적은 여러 차례 있었겠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MVP 후보에 오른 어떤 선수와 별다른 차이를 찾아볼 수 없는(어쩌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MVP 후보에서 탈락하는 일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탈락한 선수에게 불공평한 일이며 투표자들에게도 그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때때로 그 해 최고의 선수, 또는 그에 준하는 선수가 MVP 투표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아래는 1997년의 최고 타자 4명의 기록이다.

G

AB

R

H

2B

3B

HR

RBI

SB

CS

BB

HP

SO

BA

OBP

SLG

선수A

126

442

94

145

32

5

30

98

25

17

103

7

75

.328

.455

.627

선수B

125

484

112

157

28

3

30

74

64

15

87

3

49

.324

.428

.581

선수C

126

517

96

170

37

3

32

114

5

2

49

6

79

.329

.391

.598

선수D

111

390

95

134

30

3

26

79

10

7

84

2

54

.344

.460

.636

순서는 RC 순이다. D가 맨 아래에 있는 것은 제외하면 OPS 순으로도 마찬가지이다(D는 시즌 막판 부상으로 15경기에 결장했다). A와 B의 차이는 미미하고 포지션을 감안하면 B가 더 나은 선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타격 성적으로 보면 A가 약간이나마 앞선다. 그런데 MVP 후보로 선정된 선수 중 A의 이름은 없었다(그리고 MVP는 C가 수상했다). 선수 A, B, C, D는 각각 양준혁, 이종범, 이승엽, 김기태이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8년 리그 타자 중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한 선수는 김기태였지만(또한 전년도와는 달리 김기태는 126경기 전 경기에 출장했다) MVP 후보 중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최고 타자의 이름을 MVP 후보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8경기 출장 정지를 불러온 호세의 행위는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호세는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받았고, 그러고서도 리그 타자들 중 가장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그가 MVP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명백한 ‘이중 징계’이다.

호세가 MVP를 받기에 적합하지 않은 선수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심재학의 올 시즌 팀 공헌도가 이승엽보다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97년의 양준혁이나 98년의 김기태가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활약은 그들을 MVP로 거론되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이를 판단할 임무는 KBO의 'MVP 후보 선정 기구'가 아니라 MVP 투표인단에게 있다. MVP 후보가 따로 있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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