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1만원 송금에 수수료 8%…은행 수수료 인상 경쟁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42분


국민은행 고객인 직장인 박모씨(43)는 퇴근 후 마라톤대회 참가비 1만원을 송금하기 위해 서울은행의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다가 수수료가 800원이나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겨우 1만원을 보내기 위해 8%의 수수료를 문 셈이다.

최근 조흥은행을 찾은 안모씨(34)도 현금카드를 재발급받으려다 수수료가 두 배나 오른 것을 깨달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000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2000원으로 대폭 올랐기 때문.

요즘 어느 은행에 가든지 창구에서는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각종 수수료 인상에 대한 ‘알리는 말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월 이후 7개 은행이 앞다퉈 수수료를 대폭 올리거나 신설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제까지 수수료가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던 만큼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객들은 서비스의 변화는 없이 수수료만 갑자기 최고 300% 이상을 올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불만이다.

▽수수료 현실화는 불가피하다〓은행들은 “고객들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이참에 수수료 수익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예대마진이 아닌 수수료 현실화를 통해 다양한 수익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수수료 인상을 허용하는 분위기.

이제까지는 예대마진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수수료 부문의 적자를 보충해왔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영업방식을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것. 조달금리(예금금리)를 더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은행 개인고객본부 김영일 부행장은 “선진은행은 수익의 25∼30%를 수수료에서 얻지만 시중은행은 신용카드 수익을 제외하면 10%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의 입장에선 대출을 늘리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지만 수수료는 이 같은 부담이 없어 도입하기 쉽다.

▽빗발치는 고객들의 반발〓고객들은 은행들이 서비스 질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수료만 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은행의 ‘최우수 고객’인 이모씨(37)는 “종합통장에 ‘최우수 고객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글이 수개월만에 한번씩 찍히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인상폭이 최고 300%를 웃돌고 신설 수수료도 적지 않다.국민은행의 경우 합병을 계기로 어음 수표용지 대금을 권당 3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으며 하나은행도 다음달부터 같은 수준으로 올린다. 또 하나은행은 당좌예금신용조사 수수료를 신설하며 5만원이나 요구하고 있으며 외환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는 가계대출 조건을 변경할 때 1만5000∼3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인상하거나 신설된 항목도 10개를 웃도는 은행이 적잖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느냐뿐만 아니라 고객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시중은행별 수수료 인상 내역
은행항목인상폭(단위:원)
국민자기앞수표발행200→300
어음/수표용지 대금(권당)3000→1만
대여금고5000∼2만5000→1만∼3만5000
창구에서 타행송금800∼2600→1000∼3500
하나당좌예금신용조사수수료건당 5만(신설)
수표어음용지교부수수료권당 3000→1만
명의변경처리수수료장당 5000(신설)
서울가계수표, 당좌수표 약속어음 발행2500∼3000→5000
어음 수표 신고 500→2000
조흥통장재발급1000→2000
부도처리3000∼5000→5000∼1만
한빛800∼2600→1000∼3000
자기앞수표발행50∼200→100∼400
텔레뱅킹타행이체400∼800→500∼1000
PC뱅킹 타행이체300→500
한미통장재발급1500→2000
현금카드재발급1000→2000
수표현금교환1000(신설)
외환LC개설1만6000∼2만→2만∼2만5000
가계대출 조건변경1만5000∼3만(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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