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전형수 VS 김승현

  • 입력 2001년 11월 7일 17시 00분


전형수 VS 김승현

이 두 선수는 올 시즌 루키이며 송영진과 더불어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기도 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송영진을 제외한 이 두 선수에 대한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이 두 선수는 같은 포인트가드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소속팀이 하위권팀이며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통점으로 인해 이 두 선수는 올 시즌 프로농구를 재미있게 할 라이벌관계를 형성할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상민 VS 강동희의 관계와 달리 둘의 나이가 같기 때문에 팬들로서는 더 둘의 경쟁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둘의 플레이 스타일은 같은 포지션이면서도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둘의 경쟁을 보는 것은 더욱 재미있다. 필자는 대학시절의 이 둘의 플레이를 보고 김승현은 프로가서 아주 잘하든지 아니면 못하든지

할 것이고 전형수는 어디를 가든 기본은 할 것이다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이 둘의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점 때문이었다.

▽김승현

그는 전형적인 포인트가드형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포인트가드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 '뛰어난 패싱감각' 과 '(송도출신다운) 뛰어난 볼 핸들링' 을 갖추고 있는 선수이다.

패싱감각 - 이상민 이후 최고의 패싱감각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평하고 싶다. 속공시에 스냅만으로

나가는 자로 잰듯한 패스와 돌파 후에 인사이드의 빅맨에게 찔러주는 패스는 '토탈바스켓' 도입 이전의 이상민을 연상케 하는 수준이다. 특히 손목힘이 굉장히 좋아서 수비쪽 자유투라인 쯤에서 상대방 골밑까지 스냅 패스로 직선으로 정확히 보낼 정도다.

볼 핸들링 - 이 부분에 대해서는 KCC 와의 경기의 관전평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 가드의 드리블 능력을 평가할 때 필자는 '크로스오버' 이라든지 '비하인드 백 드리블' 이런 것을 보지 않는다. 이런 능력은 나이키 광고에서는 유용할 지 몰라도 실제 시합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프레스 수비가 붙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돌파해내느냐 그리고 딜레이 오펜스 때 얼마나 오랫동안 시간을 끌 수 있느냐 이다. 전 보스턴 셀틱스 감독인 릭 피티노는 '프레스' 를 잘 쓰는 감독으로 아주 유명하다. 대학감독 시절 NCAA 토너먼트에서의 릭 피티노의 프레스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전술이었다. 그러나 NBA 에서는 이 강력한 프레스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NBA 의 포인트가드와 NCAA 의 포인트 가드는 그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볼 핸들링이 뛰어난 포인트 가드에게 프레스는 실점하기 딱 좋은 수비이다. 개인적으로 프레스가 강한 팀과 대결할 때 KBL 선수 중 어느 선수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필자는 단 2명을 꼽는다. 강동희와 김승현이다. 이 두 선수 중 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면 적어도 KBL 레벨에서는 상대의 프레스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단점 - 이런 특출난 장점이 있는 반면 김승현은 단점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바로 신장이다. 180 cm 가 채 못되는 신장이기 때문에 수비에 문제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많다. 필자가 김승현이 못할 가능성도 많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은희석 같은 장신가드와 이상민 같이 포스트 업 공격을 할 줄 아는 가드를 만날 때 수비에 문제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많다. 어제 전주와의 경기에서는 이상민을 성공적으로 수비했다고 하나 앞으로 계속 그런 수비를 해내리라고 볼 수는 없다.

▽전형수

김승현이 '전형적인 포인트가드' 라면 그는 'Multi-functional Player' 이다. 그리고 김승현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화려함'이라면 전형수를 나타내는 형용사는 '성실함' 이다.

장점 - 그에게는 김승현처럼 눈에 뛰는 특출난 재주는 없다. 그러나 일류 포인트 가드로서 부족하지 않은 패싱,드리블,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용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리딩을 전폭적으로 맡기는 포인트 가드로서도 훌룡하며, 2가드 시스템에서는 공격옵션으로 활용도 가능하고 상대의 슈터를 묶는 수비수로의 활용도 가능하다. 즉 포인트가드로서 활용 가능한 안정적인 게임리딩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득점원 으로서의 공격력도 갖추고 있고 상대슈터를 저격할 'Stopper' 로 사용할 만한 수비력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신장은 작지만 대학 때의 플레이를 비추어 볼 때 자기보다 큰 신장의 선수도 성공적으로 수비 해내는 능력이 있다. 필자는 전형수의 이런 능력 때문에 프로가서도 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구와 여수는 훌룡한 선발을 한 셈이다. 정통 포인트가드가 필요한 대구는 김승현을 얻었고, 포인트 가드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활용할 선수가 필요했던 여수는 전형수를 얻었다.

단점 - 그의 장점인 다양한 능력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을 단점이 될 수 있다. 여수에서는 전형수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할 것이고 그러한 팀 환경은 결국 그가 포인트가드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그가 '잘하지만 쓰기에는 애매한 선수' 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 둘의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주말 2경기에 소속팀은 1승 1패씩을 거두었으며, 이 둘은 점프볼에서 선정하는 베스트 플레이어로 뽑혔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이 둘이 얼마나 팀에 공헌하는지 과연 PO 로 소속팀을 이끌 수 있을지 그리고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팬의 입장에서 이번 시즌은 즐거울 듯 하다.

(제공:http://www.jumpball.co.kr)

[홍의석(hes_1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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