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女장군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39분


“여군도 얼차려나 유격훈련, 사격훈련을 받나요?” “여군에 가면 속옷도 다 준다고 하던데….” “여군도 화장을 하나요?”…. 모집정보를 비롯해 여군에 관한 이모저모를 모아놓은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질문들이다. ‘군 입대’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긴 한 모양이다. 실제로 여성과 군대, 통념상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단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은 이미 오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앞으로는 남자들끼리가 아닌 남녀가 마주 앉아 ‘군대시절’ 얘기로 꽃을 피울 날이 올지도 모른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육·해·공군 모두 여성 생도에게 사관학교를 개방했다. 60년대부터 육군에서 시행해오던 여군 학사장교 제도에 더해 작년부터는 해·공군에도 여군 학사장교 제도가 신설됐다. 2001년 현재 우리 군의 여성 장교, 하사관 수는 2600여명. 국방부는 장기적으로 여성 군 간부를 현재의 1.4%에서 5%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여군의 활동 분야도 간호 및 비전투 행정분야 위주에서 포병 기갑 군종을 제외한 전 분야로 확대됐다. 얼마 전에는 해군 군함에 여성 학사장교 6명이 처음으로 배치됐고 공군에서도 머지않아 여성 파일럿이 등장할 예정이다.

▷내일 발표되는 군 인사에서는 최초의 여성 장군도 배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여군이 1950년 여자의용군으로 출범한 지 51년만의 경사다. 하긴, 세계 정상 자리를 몇 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여자 양궁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여성 파워’가 남다른 나라가 아닌가. 그렇게 보면 이번의 첫 여장군 배출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기업체에서 이사로 승진하면 주변에서 ‘별 달았다’며 축하해준다. 장군이 된다는 건 그만큼 개인과 가문에 큰 영광이다. 장군이 되면 대통령으로부터 삼정도(三精刀)와 장성기(將星旗)를 받는다. 운전병이 딸린 승용차도 나오고, 자기 이름 옆에 항상 성판(星板)을 놓을 수 있게 된다. 외국에서도 한번 ‘장군’은 은퇴한 뒤에도 ‘장군’으로 불러 존경을 표한다. 첫 여성 장군이 그런 대우에 걸맞은 능력을 펼쳐 보여 여성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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