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GE신화 '잭 웰치-끝없는 도전과 용기'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9시 07분


▼'잭 웰치-끝없는 도전과 용기' 잭 웰치 지음/660쪽 1만5500원/청림출판▼

20세기 초반 최고 CEO로 포드를 제치고 제너럴모터스(GM)를 최고 기업으로 키운 MIT대 전기공학박사 출신 알프렛 슬로언(Sloan)을 꼽는다면, 20세기 후반 최고 CEO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을 최고 위치로 끌어올린 일리노대 화공학박사 출신 잭 웰치를 꼽는다.

잭 웰치가 45세의 젊은 나이에 GE 회장에 취임한 1981년, 120억 달러에 불과하던 GE의 시가총액은 현재 4,50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해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탁월한 경영 성과 외에도 잭 웰치는 80년대 이후 각종 경영 혁신 운동의 본거지이자 교과서로 GE를 탈바꿈시켰으며 본인이 이러한 혁신을 직접 진두 지휘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GE의 시가를 회장 취임 당시보다 40배 가까이 키워놓고 지난달 은퇴했다(이 금액은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000개 기업 시가 총합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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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1위 혹은 2위 사업 외에는 모두 처분한다는 것으로 유명한 사업구조조정에서 시작해 다운사이징, 워크아웃, 벽 없는 조직, 글로벌화, 서비스화 그리고 최근의 식스 시그마와 e-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 동안 GE는 지속적인 자기 혁신을 통해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칭송이 가득한 책들은 그간 넘칠 정도로 많았으나 이 책은 잭 웰치 자신이 직접 집필한 자서전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본래 자서전이 그렇지만 이 책의 특징은 잭 웰치가 갖고 있는 특유의 담대한 솔직함으로 자신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까지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세계 기업들이 앞다투어 모방한 수많은 GE 경영 혁신 운동을 주도한 책임자가 자신의 사상과 기법, 장애요인 등을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경영혁신 지침서보다도 실감나는 대목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기껏해야 2∼3년 정도 혁신 운동 흉내만 내는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도대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영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잭 웰치는 자서전 전체를 통해 시종 일관 “거대 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지독한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필생의 과제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추진했던 수많은 혁신 운동의 이름은 모두 달랐지만 그가 꿈꾸었던 혁신의 최종 결과물은 자율적이고 스스로 학습하는 사람, 벽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 각종 혁신 기법들은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흔히 잭 웰치는 80년대 구조조정 과정에서 냉철한 인력 절감과 정리로 건물만 남기고 사람만 처리한다고 해서 ‘중성자탄 잭’이라는 혹독한 언론의 평가를 받았으며 ‘미국의 10대 무자비한 경영자’ 리스트에 항상 등장하는 냉혹한 경영자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가 주장하고 실천한 것은 이러한 모든 혁신 과정이 결국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강한 조직,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수순이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든 몇 가지 흥미진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 일 중독자로서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재혼을 통해 다시 가정을 꾸미는 인간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골프광으로서 골프에 대한 잭 웰치의 열정, 승진을 둘러싼 기업내 권력 암투 등을 꾸밈없이 묘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CEO 승계 과정은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웰치가 20년전 발탁되어 GE를 물려받았던 얘기와 자신이 후임 CEO 제프 이멜트를 발탁하기까지의 내용이 생생하게 소개돼 있다. 우리 나라 기업과 지배구조가 다른 미국식 승계 시스템의 정교함과 지독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잭 웰치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키더 피바디 투자은행 합병시의 실패, NBC 방송국 운영을 둘러싼 잡음, 환경 오염 문제와 관련된 사건, 직원 해고로 야기된 소송, 하니웰 인수 실패 등 좀처럼 외부에 알려지기 힘들거나 밝혀지지 않은 M&A의 비화나 각종 실패담을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다.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잭 웰치의 자서전은 언행일치(言行一致)에 무심한 정치 지도자, 지존문화(至尊文化)에서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국내 재벌총수들에게도 구체적인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GE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교과서로 삼아야하겠지만 한국적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따라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실천에 역점을 두는 우리만의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현 옮김, 원제 ‘Jack:Straight from the Gut’(2001).

이진주(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잭 웰치는?/"경영귀재" "이익 지상주의자" 엇갈린 평가▼

잭 웰치와 GE 성공을 다룬 책은 국내에 10여종이 넘게 나와있다. 100% 번역서다. 대개 잭 웰치 개인의 혁신적 리더십에 초점을 맞췄다. 잭 웰치 연설문, 내부 자료, GE의 혁신운동과 성과 등을 가공한 것이라 알맹이는 비슷하다.

새로운 경영혁신 기법인 ‘6시그마’를 다룬 책은 거의 GE 경영기법서로 봐도 무방하다. 모토롤라에서 시작한 전사적 품질관리 운동을 잭 웰치가 GE에 적극 도입하면서 세계적인 유행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잭 웰치와 GE의 성공은 찬양일변도인 것만은 아니다. 잭 웰치식 경영에 대한 비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는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At Any Cost-Jack Welch, General Electric, and the Pursuit of Profit)’(랜덤하우스·1998)가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 번역 되지 않았다.

토머스 F. 오보일이라는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잭 웰치의 경영기법을 ‘이익 지상주의’로 규정한다. 그의 독선적 리더십이 방위사업 확장을 위한 뇌물 제공이나 환경오염물질(PCB) 배출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GE가 유행시킨 다운사이징이나 대량 인력해고 등이 미국 경제와 사회, 가정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꼬집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잭 웰치를 일방적으로 숭배하는 분위기에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잭 웰치 식으로 1, 2등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팔면 자금이 들어오고, 직원을 대거 해고하면 비용이 줄어든다. 전문경영자들이 단기간에 실적을 올리기에는 특효다. 하지만 결국 이때 생기는 희생을 가정과 사회로 전가하는 셈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를 파고든다.

따라서 ‘잭 웰치 무작정 따라하기’가 대세인 우리에게는 더욱 유용하다. 기업을 팔거나 사기도 어렵고, 해고는 더욱 힘들기 때문. 사업포기나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정서 역시 강하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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