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 기자의 여의도 이야기]시장엔 공짜점심 없다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5분


‘주식 모으기 운동’이 구체화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3일 “주식모으기운동 성격의 펀드가 곧 발매될 것이며 증권업협회가 판매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펀드 판매는 ‘순수 민간운동’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금융 회사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우선 펀드에 가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펀드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재경부 당국자의 설명은 국민을 무뇌아로 간주하는 오만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주식 모으기’는 18일 국무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처음 거론했다. 그리고 21일에는 진념(陳稔)부총리가 라디오에 출연해 “주식모으기용 상품을 증권업협회가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이때 협회 관계자들은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어리둥절했다. 이틀뒤인 23일, 펀드가 곧 발매될 것이라는 얘기가 재경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어쨌거나 ‘또 한번의 관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식모으기 운동은 ‘순수민간운동’ 의 외피를 쓰고 진행될 모양이다. 그리고 금융기관들은 앞뒤를 재볼 여유없이 일단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투자를 하게될 전망이다.

증권사 사장단이 19일 주식 순매수를 결의하고 나서부터 기관은 간밤에 미국 주가가 폭락을 하건 말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투자의 ABC인 손절매나 위험관리를 위한 선물매도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 시황 담당자들도 소신있는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장단 결의전까지만 해도 ‘위험관리에 치중’ ‘기술적 반등일 뿐’ 등 부정적이던 시황관이 결의 다음날엔 ‘예탁금 증가와 금리인하로 금융시장 안정’ ‘테러충격에서 벗어나는 주식시장’ 등으로 급변해버렸다. 개인투자자들로선 객관적인 전망을 얻을 길 마저 차단돼버린 셈.

이같은 ‘강제부양’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 차원의 주가조작’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기관투자가가 적극 나서서 주가하락을 막아준다면 개인투자자들로선 반가운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무모한 투자로 금융기관이 손해를 본다면 금융기관의 주주들이 그 부담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 손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증시란 A집단의 이익을 위해 B집단이 희생해도 좋다는 논리가 통하는 곳은 결코 아니다.

이같은 시도는 결국 시장을 왜곡시키며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실(失)이 된다.

잊지말아야 할 경제격언이 있다.‘경제엔 공짜점심이 없다.’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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