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김영진/北, 美와 화해 원한다면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30분


북한-러시아, 북한-중국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회담도 있은 이 시점에서 북-미 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화가 시작되는 시기와 시작 후의 협상 양상, 가능한 합의 내용 등 북-미관계의 전망은 남북관계 촉진의 효과를 기대하는 한국 정부에 특별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북-미가 현안을 해결하고 적대 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전환돼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북-미협상 장기 난항 예고▼

6월 6일 성명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용의를 천명했다. 미국의 방침은 아무 전제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나 토의에 응하겠다는 것이며, 다음 세 가지 의제를 제기했다. 첫째는 제네바 기본합의서 이행상의 개선, 둘째는 검증 가능한 미사일 개발 계획의 억제와 미사일 수출 금지, 셋째는 재래식 병력면에서 오는 위협 감축이다.

미국은 북측이 제기하는 의제도 토의하겠다는 것이고, 이 세 가지 의제 전부에 대한 합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니며 합의되는 분야부터 실천에 옮기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은 방침이 정리되는 대로 대화에 나올 것이고 연말까지는 예비회담 시작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의미 있는 본회담은 내년이나 가능할 것이다. 현안에 대한 양측의 첨예한 대립을 감안하면 회담이 장기간에 걸쳐 난항을 겪을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양국이 여러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상호간의 의사 탐색을 계속해 타결의 필요성을 동시에 느낄 때 합의가 이뤄질 것이다.

북-미회담이 타결되려면 각기 상대방의 핵심적 국가 이익을 충족시켜야 한다. 양측의 핵심적 국가 이익을 고려할 때 만약 양측이 합의에 이른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담게 될 것으로 가상해 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의 경우 △미사일 수출의 중단 △검증이 가능한 중장거리 미사일의 개발 자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협정 이행에 관련된 사찰의 조기 실현 일정 합의 △정치 군사적 신뢰 구축 및 재래식 병력 위협 감축에 관한 협의 개시 등이다.

미국의 경우는 △양국간 적대관계 해소 용의 천명 △체제선택과 국가안전보장의 권리를 포함한 북의 주권 존중 및 내정불간섭 원칙 확인 △무력 불사용 및 군사적 위협 불가 확인 △대북 경제제재 해제 및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북한과 국제금융기관간의 관계 설립 지지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국제협력 조직화 및 그 활동에의 참여 △정전협정의 대체 및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한 계속적 협의 △북-미 외교관계 수립 등이다.

북-미 양측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이 아닌 ‘북-미기본관계협정’을 체결해 양측의 중요 합의사항을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상 합의사항을 살펴보면 양측간의 합의 도출이 얼마나 지난(至難)한 작업인가를 알 수 있다.

북-미 대화가 생산적이려면 양측의 핵심적 관심사에 대한 타협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북한이 미국이 기대하는 제반 조치를 수락해 실천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도층의 사고 변화 기대한다▼

북한의 체제와 정권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니만치 북한 체제의 경직성, 군부와 당의 예상되는 저항 등을 고려한다면 북-미회담의 타결을 위해서는 북한 통치 엘리트측의 사고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요구된다.

최근 미국을 강타한 테러공격은 중장기적으로 현재 진행중인 미국 군사전략의 수정작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북정책 타당성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신념을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며, 미국 국내외 일부의 회의적 비판적인 시각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국제정치의 현실을 직시하고 슬기롭고 현실적인 대응을 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북-미회담에서 2003년을 목표로 양국간의 평화공존, 정상적인 국가관계의 구축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 지도층이 자신들의 체제 및 정권안보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 남북간의 화해 공영 통일이란 민족적 이익에 부합되는 선택을 하기를 촉구하고 싶다.

김영진(미국 조지워싱턴대 명예교수 겸 경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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