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뉴스]박찬호 구속 추락 불만?

  • 입력 2001년 9월 18일 16시 48분


많은 야구 팬들은 박찬호가 과거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던 시절을 그리워 한다.

야구 팬이라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97-98마일의 강속구로 상대 타자들을 삼진으로 처리할 때는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끼니까 말이다.

나도 선동열 선수가 고려대학교 1학년때 서울에서 열린 세계 야구 선수권에서 강속구로 미국의 강타자들을 물방망이로 만들 때 묘한 희열을 느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런데 야구를 계속 보면 볼수록 메이저리그에 조금씩 더 가까이 갈수록 스피드 건에 찍히는 '00마일'은 조금씩 내 신경에서 멀어진다. 스피드 건에 찍히는 숫자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빠져 나가는 순간을 잡은 결과인데 이는 홈플레이트에 공이 어떻게 들어가는 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타자와의 승부는 홈플레이트에서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는 홈플레이트에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모두 알 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오래 전 그렉 매덕스를 특급 투수로 평가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밋밋한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이 답답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그의 피칭 스타일과 타자를 요리하는 두뇌 피칭을 보면서 환호성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매덕스는 "피칭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과 홈플레이트에서 공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는데 '교과서적인' 말이다.

요즘 박찬호의 스피드가 떨어진 것에 대해 걱정을 하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팬들이 많은데 야구를 조금은 다른 각도로 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 물론 박찬호의 구속이 떨어진 것은 허리가 좋지 않은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만을 가질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박찬호는 최근 들어 호투-후-부진을 거듭하고 있어 신임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잘 던지는 날의 피칭 내용을 보면 확실히 '야구'를 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91-92마일의 패스트볼로도 상대 타자들을 쉽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 '스로어(Thrower)'가 아닌 '피처(Pitcher)'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스로어'였을 때는 97-98마일을 던져도 항상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잘 던지다가도 컨트럴이 안되면서 갑자기 무너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당시 팬들은 "박찬호의 야구를 보고 있으면 손에 땀이 안날 수가 없다"고들 말을 하곤 했다.

지금은 어떤가. 비록 맞는 날에는 형편 없이 맞기는 하지만 잘 던지는 날에 보면 확실히 '믿음직한 투수'다. 2-3회 정도 되면 "오늘 잘 하겠다"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찬호의 구속이 줄어든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구속은 허리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것이고 또 박찬호가 구속만을 생각해서 힘을 줘 던지면 충분히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리고 피칭의 묘미를 알게 되면 박찬호 경기 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가 던지는 경기도 재미 있을 것이다.

[박병기 ICC 편집장]

저 작 권 자: ICC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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