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폭락대세에 "백약이 무효"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51분


17일 오전 7시 비상경제장관간담회, 오전 8시 투신사사장단회의와 증권사사장단회의, 이어진 증권 유관기관장회의와 은행장간담회, 한국 시간으로 17일 밤 열리는 미국 증시개장과 언제 이뤄질지 모를 미국의 보복공격을 앞두고 정부와 관련 금융기관 등은 아침부터 잇따라 회의를 열고 방대한 증시대책을 쏟아냈다. 이 중에는 90년 초 조성됐던 증시안정기금을 재차 조성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될 정도로 증시에 대한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다.

폭락세로 출발한 거래소지수와 코스닥지수도 오전 11시∼낮 12시경 낙폭을 각각 11.09포인트와 3.49포인트로 줄여 효과가 먹혀드는 듯했다. 실제 이날 증권 투신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58억원과 31억원의 매수 우위를 유지해 지수 하락을 막았다. 하지만 이것도 역부족. 오후 1시경 다시 하락폭을 넓히며 거래소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3.53포인트(-2.81%)와 46.05포인트(-8.29%)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증권전문가들의 시각도 이날 지수 움직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증안기금은 90년 초 4조원을 조성해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경험이 있어 증권가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외국인투자자가 시가총액의 50%를 점하고 있고 증시 규모가 기금만으로 좌우될 만한 선을 넘었기 때문이라는 것.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이번 대책이 개인투자자의 뇌동매매를 줄이는 등 심리적인 안정은 가져올 수 있겠지만 하락이라는 대세를 막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대책은 가격변동폭 축소조치. 거래소는 가격변동폭을 현행 15%에서 7.5%까지 줄일 수 있는 조항을 갖고 있고 코스닥시장은 15일 관련 규정을 급하게 마련해 0∼12%내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를 언제 시행하느냐가 관건. 12일 장 개장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는 것처럼 자칫 실기(失機)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아직 미국의 보복공습 및 미국 증시의 추이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당장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다소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또 증권사들이 98년 초 주가 폭락기에 결의한 바 있는 ‘매수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내용도 시장방어에 기여를 할지가 관심. 현재 증권사 상품계정의 잔고는 약 9800억원으로 신규로 매입할 여력이 부족하지만 가급적 매도는 자제하도록 하겠다는 것.

대우증권 김분도 연구위원은 “언제까지 지켜질 것이냐는 점이 문제”라며 “98년에는 금융감독원이 강력하게 이를 감독했는데 이번에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감독기관이 개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신사에 대한 서울보증보험 대지급금 조기 지급이나 10조원 연기금풀 조성 등은 당장 시행되기가 어려운 성격들로 ‘립 서비스’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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