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호/뉴테러리즘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37분


미국에서 벌어진 이번 테러 참사는 21세기형의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쟁의 양상은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변화돼 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탱크를 앞세운 진지전(陣地戰)이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전투기를 동원한 공중전(空中戰)이 중심이었고, 마지막에 핵폭탄을 사용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 후 베트남에서 게릴라전이 벌어졌고, 최근에는 이라크를 상대로 첨단무기를 총동원한 전자전(電子戰)이 등장했다.

▷이번 사태로 전쟁의 개념은 다시 한번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 국가간의 재래식 군사충돌 이외에 테러, 환경파괴, 마약거래 등을 자행하는 소수집단을 상대로 평화를 지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특히 대(對) 테러전은 종교적인 신념이나 절대적인 진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기로 결심한 자들을 상대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기습공격에 대비해 예측 불가능한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미국은 분노에 차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역사상 한번도 미 본토가 적으로부터 공격당한 적이 없다는 ‘신화’를 깨뜨렸다.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의 처참한 모습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미국이 저렇게 단호한 모습으로 테러 응징에 나서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보복이 새로운 테러를 유발하여 ‘피의 악순환’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테러에 대한 사후 응징 못지않게 사전 예방책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 미국은 자국의 테러 방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테러방지체제를 수립하는 일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예컨대 테러집단의 소재와 활동을 서로 알려줄 수 있는 초국가 정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적극적인 지지도 받을 수 있고, 테러방지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게릴라전이라는 새로운 전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실패한 교훈을 거울삼아 이번에 등장한 소위 ‘뉴테러리즘(new terrorism)’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용호 객원 논설위원

(한림대 교수·정치학)

kimy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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