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친구야, 보고싶다"…'알리체의 일기'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43분


알리체의 일기/알리체 스투리알레 지음 이현경 옮김/319쪽 7500원 비룡소

점점 자신과 세상에 대해 바라는 것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내 얼굴은 왜 이런가’,‘내 처지는 왜 이런가’ ‘우리 집은 왜 이 모양인가’ 이런 저런 불평을 하다보면 나는 참 가진 것이 없이 태어났구나하며 속이 상하다.

한 행복한 아이가 있다. ‘고통과 고난이 신에게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며 자기를 위로하는 신부님 말에 “그러면 전 절대로 성경처럼 살 수 없어요. 전 지금까지 고통스러워 본 적이 없기 때문이예요.” 라고 말 할 수 있는 행복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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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가져서가 아니라 되려 척추 교정기 없이는 단 한순간도 몸을 가눌 수 없는 근위축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이 땅에서 겨우 열세해 남짓 살았을 뿐이지만 남에게도 행복을 웃음으로 나누어주고 떠난 아이다.

‘행복을 전염시키는 아이’ 알리체가 쓴 일기를 읽으면 한 아이의 생각의 크기가 점점 커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아주 섬세하고 정성스런 눈길로 자기 주변의 모든 것들을 관찰해 가는 이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남과 신체적으로 좀 다름을 받아들이는 어린 시절에서,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가 해야만 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찾아내는 열살 무렵,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폭포처럼 시로 표현해 내는 사춘기에 이르기까지 알리체의 일기는 솔직하고 거리낌없다.

알리체의 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 아이가 장애인이지만 그걸 딛고 행복해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알리체는 심한 운동 장애에도 불구하고 스키도 타고, 스카우트 활동도 하고, 축구도 한다. 그 아이들 둘러싼 사람들과 사회가 당연히 함께 할 의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런 사회가 부럽다. 자신의 장애에 눌려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고 인간으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사회와 이웃이 부럽다.

기관지염에 걸려 기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 하다가 ‘영웅처럼’ 가볍게 천국으로 간 알리체를 읽고 있으면 나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정말 무겁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읽고 자신의 삶을 친구와 떠드는 수다거리로만 생각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특히 알리체가 책을 읽고 쓴 글도 눈여겨 볼만하다.

김 혜 원(주부·서울 감남구 수서동)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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