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유순신/비전 제시 명확해야 인재 모인다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40분


한두 달 더 지나면 대학 졸업생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취업시즌이 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은 몇 년째 위축되어 있고 언제쯤이나 개선될지도 가늠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일자리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적잖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능력발휘를 위해 과감하게 이직을 결심한다. 인재 유출사태에 직면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이력서는 넘쳐나지만 쓸 만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기업들이 ‘인재난’에 허덕이는 것은 젊은 직장인들의 직업관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는데도 높아진 실업률만 생각하면서 인식의 변화를 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고용시장에서는 십중팔구 구인자인 기업이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의 고용시장에서는 구인자와 구직자 가운데 어느 쪽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지가 분명치 않다. 아예 칼자루는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구직자가 일방적으로 구인자의 취향에만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인자도 구직자의 기호와 성향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회사 경영에 꼭 필요한 중견급 이상의 유능한 인재를 구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기업이 인재 모시기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먼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새로운 사람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입지를 확실하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 어느 조직에서든 텃세는 있기 마련이다. ‘굴러온 돌’에 차여 뽑혀나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박힌 돌’이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구한 인재의 능력을 100% 끌어내려면 텃세가 그를 괴롭히지 않도록 최대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둘째는 입사를 앞둔 사람에게 제시할 조건들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일단 와서 일해보다가 천천히 조건을 맞추어보자’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을 시킬 것이며 어떤 대우를 해줄 것인지, 연봉액수까지 확실하게 합의해서 계약서를 만들어두어야 나중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셋째는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의 경력관리까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 사람에게 지금 맡길 일은 이러한 것이고 앞으로는 어떠한 일을 맡기겠다는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요즘의 구인자들은 현재의 조건에만 연연하지 않는다.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본다. 그러므로 오늘 당장 할 일만 알려주고 내일 할 일에 대해 계획이 없는 기업이라면 신뢰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끝으로 우리 회사가 원하는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이 한가지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성공담이 알려지면 그 사람은 마치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100m 달리기에서 1등한 사람이 높이뛰기도 잘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해당 기업이 원하는 기술이나 지식과 상관없는 성공 스토리라면 거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세계는 이제 정보전쟁, 지식전쟁의 시대를 지나 총성 없는 인재전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구직자들이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특별한 재능을 갖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기업들도 원하는 재능을 가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양측의 그러한 노력이 균형을 이룰 때 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왜곡시키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유 순 신 (유니코써어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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