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경협, 이제는 실리 찾을 때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53분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들어선 뒤 국내 기업들이 추진해온 남북경협 사업이 하나같이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3월 이후 당국의 승인을 받은 남북협력사업 10건 중 아직 사업성 판단이 어려운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래서야 6·15공동선언에서 밝힌 ‘남북경제의 균형 발전’이 어느 세월에 이뤄질 수 있을지 막막하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유로는 북측 당국이 남측 기업인의 방북을 불허하거나 체류를 거부해 사업이 중단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수산물 채취·가공업에 현물 투자한 미흥식품, 가리비 양식사업에 1만3000달러를 투자한 태영수산과 LG, 96년 이래 남포공단을 운영해 온 대우, 나진 선봉지구 합영농장 운영 및 계약재배 사업을 추진한 두레마을영농조합 등이 그런 예이다.

금강산샘물 개발사업에 7월 현재 552만7000달러를 투자한 태창의 경우 북측이 t당 물 가격을 3.5달러에서 100달러로 올려 제시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남북간 경제협력이 상당 부분 경제적 손익계산을 넘어선 ‘비거래성’이었다고 하나 이런 방식이 한없이 계속되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까지 기업인들 사이에 떠돌았던 ‘북에서 돈번 사람 없다’는 속설은 이제 깨져야 하며 경제적 호혜주의야말로 남북간 경협을 장기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도 북측이 남측 기업의 진출을 가로막는 갖가지 장벽을 치우기는커녕 오히려 남측 기업인의 방북 자체를 막거나 턱없이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북측 경제에 자승자박의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남측 기업의 대북 진출은 앞으로 북측의 해외투자 유치에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내세워 민간 기업의 대북투자 진출을 방관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통일부는 합영 합작 등 대북투자 진출이 아닌 위탁가공 교역의 경우 연간 150여개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북측에 투자한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일은 정경분리 이전에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기본 의무다.

정부는 대북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 가이드라인 제시, 정보 제공 등 적절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 양측에서 아직 비준 받지 못한 4개 남북경협 합의서를 발효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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