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附 和 雷 同(부화뇌동)

  • 입력 2001년 9월 10일 10시 27분


附 和 雷 同(부화뇌동)

附-따를 부 雷-천둥 뇌 折-꺾을 절 衷-가운데 충 微-작을 미 響-울릴 향

사람의 處世(처세)는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적극적으로 自己 主張(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의 主見을 내세우기보다는 남의 말에 쉽게 따르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 둘의 折衷形(절충형)도 있다. 너무 개성이 강하여 자기 밖에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옳지 않다. 물론 태도가 분명하지 않은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은 없고 남의 주장에 따르고 아부하는 것을 ‘附和雷同’이라고 하며 줄여서 ‘雷同’이라고 한다. 다 알다시피 雷는 ‘천둥’을 뜻한다. 그럼 왜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천둥을 뜻하는 ‘雷’자를 덧붙여서 표현했을까. 여기에는 까닭이 있다.

아직 科學이라는 것이 없었던 옛날,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지식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자연의 모든 현상은 그것을 주재하는 어떤 거대한 존재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비나 바람, 이슬, 눈은 물론이고 지진이나 일식, 태풍까지 神의 造化로 돌렸다. 그 뿐인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는 영혼이 있다고 믿었으며 큰 산이나 바위, 나무, 동굴 따위를 섬겼다.

반면 인간은 微物(미물)인 만큼 신의 造化에 거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또 신의 造化는 가끔 인간의 吉凶(길흉)을 예고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갑자기 지진이 발생한다거나 일식이라도 생기면 민심은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천둥 번개에 대한 인식이다. 지금이야 科學이 발달한 덕분에 그것의 발생원리는 초등학생도 다 알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다. ‘번쩍!’하는 번개나 뒤이어 들리는 천둥소리는 모두 신의 造化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거대한 천둥소리가 지상에 부딪쳐 메아리치는 것을 두고 萬物이 그 소리에 反應(반응)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면 反應(反響)도 크고 작으면 작게 反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萬物은 천둥소리에 따라 한치의 착오도 없이 무조건 反應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천둥소리에 함께 따르는 것을 雷同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雷同에는 옛 조상들의 과학지식이 담겨 있다.

그러나 附和든 雷同이든 상대방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므로 좋은 뜻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主觀에 따라 당당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물론 我執(아집)과 獨善(독선)은 곤란하겠지만….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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