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시도 공무원 "국감거부" 심상찮다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44분


10일 시작되는 올해 국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선 시도 공무원들의 ‘국감 거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국회의 각 시도에 대한 국감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데다 중복감사 등으로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전국 시도별로 조직된 공무원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층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국감 거부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국감거부 움직임〓99년 이후 ‘반(半)노조’ 성격의 공무원직장협의회가 하나 둘 결성되면서 국정감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이 조직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불만이 인터넷 등을 통해 결집되면서 최근에는 ‘전국 공동대응’ 방안을 강구하기에 이르게 된 것.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전공연)는 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긴급 중앙위원모임을 갖고 “올해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국감을 거부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서울시협의회가 금명간 ‘표준행동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공연에는 서울 대구 인천 광주 경북 전남 전북 충남 등 전국 8개 시도가 속해있으며 별도의 시도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부산 경기 경남 등 3개 시도도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전공연 관계자는 “곧 구체적인 공동대응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며 “‘국감장 입장 저지’나 ‘국감장 사전 점거’와 같은 강경지침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행정자치위 건설교통위 농림해양수산위 등 3개 상임위 감사를 앞둔 전남도협의회는 4일 국회의장앞으로 공문을 보내 “4개 시도는 단 한번도 받지 않는데 비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국감축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와의 연대, 회원가족의 국감장 점거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협의회도 국감 전에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국감 당일에는 국회의원의 시청 진입을 저지키로 했다.

경남도협의회는 6일 성명을 내고 “국감은 실질적으로 지자체를 통제하기 위한 편법이므로 도의회와 지사는 적극적으로 국감 저지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거부하는 근거〓시도의회 및 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은 “현재의 법률 규정을 살펴보면 국회가 시도업무를 계속 감사할 근거는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제7조 감사의 대상)상의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 광역시 도의 고유업무에 관하여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 때까지에 한한다’는 규정은 91년 지방의회 구성으로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것.

따라서 모호한 ‘국가사무’ 또는 ‘국가위임사무’라는 기준을 내세워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대대적인 국감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국감대상을 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광주시의 한 간부는 “실제 행정 현장에서 ‘국가사무’와 ‘지자체 고유업무’의 경계가 애매한데다 의원들의 답변요구를 딱 잘라서 거절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국감을 운영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광주·창원·부산〓정용균·김권·강정훈·조용휘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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