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韓美 증시전략가 "영 쑥스럽구먼…"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2분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 전망은 틀리기 마련이다’라는 변명 아닌 변명이 허용된다. 그만큼 증시의 향방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제아무리 권위 있는 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라도 시장을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과 미국의 증시가 예측 불허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두 나라의 내로라 하는 전략가들이 낸 시장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이들은 한때 주식시장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지금은 궁지에 몰려 ‘겸손의 미덕’을 몸으로 배우는 처지가 됐다.

미국에서는 애비 코헨(골드만삭스)과 에드 커스너(UBS)가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전략가들이다. 골드만삭스 투자위원회의장인 코헨씨, 그녀가 누구인가?2년 전만 해도 그녀가 뭐라도 한마디하면 모든 사람들이 주문을 내러 모니터로 앞다투어 달려갔다.

연말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가 1650을 찍을 것이라고 예견한 그녀가 8월말 목표치를 낮추자 투자자들은 하품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한다. 커스너씨가 2002년말까지 나스닥지수가 50%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투자자들은 역시 “음, 그래∼”라는 냉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올초 많은 전략가들이 내놓은 장밋빛 시장전망을 두고 소속 증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억측하기도 한다. 코헨씨는 이에 대해 “내가 언제나 옳다는 것은 아니다. 내 일은 사려 깊은 분석을 제공하는 것일 뿐 다른 동기는 전혀 없다”고 항변한다.

국내의 투자전략가들도 곤궁한 처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증권 김승식 투자전략팀장-“연초 종합지수 상승목표는 최소 800선 이상”,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미국 경기는 7월에 바닥을 쳤다” 등이 두드러지는 사례이다.

임원급이건 팀장급이건 국내 젊은 전략가들의 ‘당찬 전망’을 시장이 뒷받침하지 않자 올 한 해가 이들의 검증기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 98년 이후 처음으로 맞은 현재의 횡보장을 견뎌내는 전략가만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엇나간 시장전망에 대해 공개 반성하는 것도 요즘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KGI증권 금중양 스트래티지스트는 7월초 “그동안 대세 상승이니 뭐니 하며 투자자를 현혹시켰던 점을 반성한다”며 “큰 추세는 하락으로 기운 듯하다”고 궤도를 수정해 눈길을 끌었다.

전략가들의 영향력 감소는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로 직결된다. 어느 전략가의 말을 ‘시장에 대한 나침반’으로 삼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전략가보다는 종목분석가(애널리스트)의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판단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올해로 주식투자 경력 5년째인 김선호씨(45)는 “연초부터 많은 증권사가 나스닥지수와 국내경기의 바닥론을 거론하며 종합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을 믿고 투자했다가 투자금의 60% 가량을 날렸다”며 “요즘에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진·박정훈·이완배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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