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사판이 될 전국 933개 고교

입력 2001-09-03 18:39수정 2009-09-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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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학급 증설 문제로 혼란과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1957개 인문 상업계 고교 중 47%인 933개교에 내년 2월까지 5986개 교실을 증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42.7명에서 35명으로 줄이기로 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달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나가는 것은 물론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과밀도가 높은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교육 당국이 전반적인 교육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복잡한 공사 일정을 6개월 만에 모두 마치라고 하는 것은 날림공사를 재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지가 없으면 운동장이나 녹지 옥상 등을 활용하고, 실험실 체육관 등을 개조해서라도 수요를 채우라고 했다니 참으로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학급 증설을 위해서라면 운동도 실험도 안 해도 되는 것이 교육 당국이 그토록 강조해온 교육 여건 개선인지 묻고 싶다.

실제로 교육부의 지침이 내려온 후 증축 명령을 거부하는 등 각급 학교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여러 학교에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고 안전사고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수능시험 준비가 한창일 때 공사를 진행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많다.

교원 수급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실 증가분만큼 부족한 교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학급 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따른 양질의 교육 설비가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에 대한 계획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과밀 학급 못지 않게 과대 학교도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몇 년 후에는 지금 짓는 교실이 쓸모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여건을 함께 개선해 나가야 참다운 교육 내실화를 이룰 수 있지 교실 증축에만 매달려 나머지 모든 것을 제쳐 놓는다면 이를 교육환경 개선이라 할 수는 없다.

교육 당국은 학급당 학생 수 35명이라는 수치 달성에만 얽매이지 말고 좀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환경개선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것이 돼야 한다. 대통령 임기 중에 눈에 띄는 성과를 얻으려는 조급성은 교육 발전을 오히려 역행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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