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최운열/現投 해외매각 빠를수록 좋다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32분


한국경제는 아주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대외관계에서 창출하는 경제의 특성상 자체 정책만으로 난국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경제는 주요 교역대상 국가인 미국, 일본, 유럽의 경제가 회복되어야 활력을 찾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정책당국이 국제환경만 탓하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을 개발하여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장기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국민에게 국내 경제가 곧 6∼7%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해서도 안 된다. 한국경제가 고도성장 단계를 지나 안정성장 단계로 진입하였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지 않은 대만의 경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미국 일본 유럽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이 영(0)에 가까운 사실과 비교하면 한국의 2·4분기 성장률 2.8%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지나친 비관은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짙게 깔려 있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불확실성은 대우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처리 문제일 것이다. 다행히 현대투신 현대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3개 사에 대한 매각협상 결과 AIG 컨소시엄과 23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정부 발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발표 후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을 헐값에 매각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AIG 컨소시엄은 값이 비싸 계약 체결을 유보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협상 당사자들이 계약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 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매각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국내 경제가 지불해야 하는 총체적인 비용을 감안해봐야 할 것이다.

이 계약을 성공시켜야 할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불안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현대투신 문제는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이 문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과 투자자에게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각 이해 관계자들이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내외 경제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세계적 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한다는 자체가 대외신인도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단순히 투자가치의 증대를 위하여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것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또한 외자유치를 추진 중인 한국투신증권과 대한투신증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투신업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내 투신시장에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융산업의 질적 성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최운열(한국증권연구원장, 서강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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