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용적률상한선 결정 논란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32분


서울시내 재건축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서울시가 고밀도 아파트 지구의 용적률(부지면적 대비 건물총면적)을 25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건축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서울시를 상대로 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에 따른 서울 도심 주거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선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조화로운 도시관리 차원에서 이번에 ‘재건축 만능주의’는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해당 조합, 시공사 간 전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멈칫하는 재건축 시장〓서울시의 방침으로 영향을 받게 된 곳은 13개 고밀도 지구에 속한 141개 아파트 단지. 특히 반포, 서초, 청담·도곡, 압구정, 잠실 등지의 고밀도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을 270∼280% 정도로 잡고 재건축을 추진해온 상태여서 조합원의 사업비 부담 급증에 따른 사업 지연 또는 사업 중단 가능성이 생겼다.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회 김호권(金浩權) 사무국장은 “용적률이 낮아지면 가구당 4000만∼5000만원 정도의 추가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강남구청이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담·도곡 저밀도지구의 재건축 우선 단지 선정을 상당 기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들 지역의 사업도 장기간 지연될 전망.

이 때문에 강남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던 재건축아파트값이 지난달 이후 1000만원 이상 하락한 곳이 대부분.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혜현(金惠賢) 과장은 “서울시 방침이 바뀌지 않는다면 추가 가격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민과 건설업체〓주민들은 사업 지연 또는 무산으로 인한 재산 피해가 적잖고 이에 따른 주민간의 갈등도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이 재건축을 기대하고 조합을 운영하면서 내놓은 조합비 등이 물거품이 된 데다 재건축 기대이익이 반영된 비싼 가격에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집값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

김호권 사무국장은 “추가부담금이나 재건축 무산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의 책임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조합원간의 갈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사업 중단에 따른 건설일감 감소와 집값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데다 노후된 아파트를 재건축하지 못할 경우 슬럼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의 서형근(徐亨根)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수급 불균형으로 주택가격이 불안해진 상태”라며 “서울시의 이번 방침으로 추가 재건축 사업이 전면 중단될 경우 수급 불균형과 가격 불안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전문가〓서울시는 주택 수급 문제를 주택 공급을 늘려서 해결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며 현행처럼 재건축 제도를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도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서울시의 적정 수용인구는 500만∼600만명”이라며 “재건축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서울시의 방침에 동조하고 있다.

또 무분별한 아파트 재건축을 방치할 경우 도심 주거환경이 급속히 나빠지면 결국 주민들의 재산권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서울 강남권에 집중 건설된 대규모 주상복합건물이 사실상 주거용도로 변질되면서 심각한 교통난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서울시 의 한 관계자는 “서울의 장기적인 도시관리를 위해서는 건축물 내구연한을 무시한 채 무분별한 개발을 부추기는 현행 아파트 재건축방식은 지양돼야 한다”며 “건물 리모델링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영(許煐) 도시관리과장은 “다음달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개별 사업지에 특례를 주지 않고 원래 방침대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재성·박윤철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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