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라이온즈 V2?

  • 입력 2001년 8월 29일 14시 11분


팀당 133경기를 치르는 페넌트 레이스의 80% 정도가 진행된 8월의 하순이다. 6월 여름의 초입에 들어설 무렵, 한 차례 ‘굳어지는’ 판세는 9월을 목전에 둔 이 시점에 오면 대체로 확연히 갈라지는 것이 여느 시즌의 모습이었다. 이 시점에 최하위에 위치한 팀의 감독은 팀의 미래와 리빌딩을 머리 속에 그리기 마련이다. 물론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2001시즌의 프로야구는 그렇지 못하다. .433의 승률(8월 27일 현재)을 기록하고 있는 ‘꼴찌’ 트윈스의 김성근 감독은 ‘1게임 차’로 앞서 있는 ‘4위’ 이글스와의 경쟁을 포기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잠실벌의 新 守護星으로 떠오른 신윤호의 숨가쁜 레이스도 시즌이 끝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지금의 레이스는... V10을 꿈꾸는 선두 팀의 감독뿐 아니라 모든 구단의 감독들이 포스트시즌을 도모할 수 있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팀당 100여 경기를 소화한 지금 8개 구단의 위치를 ‘지표’로 환산하면 대략 아래와 같다.

게임

승률

승차

타율

ops

홈런

도루

방어율

실책

삼성

105

69

36

0

.657

-

.278

.814

126

62

4.18

59

현대

107

63

41

3

.606

5.5

.268

.791

134

76

4.00

87

두산

106

53

48

5

.525

14.0

.273

.768

98

113

4.82

83

한화

107

46

57

4

.447

22.0

.274

.776

110

108

5.10

99

SK

108

47

59

2

.443

22.5

.263

.737

94

86

4.58

81

롯데

108

46

58

4

.442

22.5

.284

.803

107

86

4.84

82

기아

107

45

57

5

.441

22.5

.268

.761

108

75

4.90

91

LG

104

42

55

7

.433

23.0

.274

.756

72

83

5.41

85

시즌 전 ‘4强’으로 분류되었던 팀들 중 한 팀이 ‘잠정적인 최하위’에 머물러 있고, 이글스와 와이번스, 타이거스의 분전이 ‘촌놈 마라톤’으로 끝나지 않은... 올해도 많은 이들의 시즌 전의 예상과는 많이 빗나간 결과를 향해 진행중인 레이스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비록 필자도 삼성과 현대를 올 시즌 부동의 兩强으로 예측했지만) 삼성과 현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공비행도 의외의 것으로 느껴진다.

아래의 지표는 리그를 ‘압도’ 했던 과거의 강팀들이 남겼던 성적을 승률을 기준으로 나열한 것이다.

시즌

구단

경기

무승부

승률

85

삼성

110

77

32

1

.706

82

OB

80

56

24

0

.700

2000

현대

133

91

40

2

.695

93

해태

126

71

55

0

.655

91

해태

126

79

42

5

.647

94

LG

126

81

45

0

.643

86

해태

108

67

37

4

.644

올 시즌 라이온즈가 기록하고 있는 페이스는 분명 놀라운 것이다. 12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90년대 중반 이후의 야구가 아닌 초창기에 기록한 과거의 강자들이 기록한 승률을 넘어서거나, 2000 시즌의 유니콘스가 기록한 ‘기적의 91승’을 넘어설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라이온즈가 거둘 2001 시즌의 승수는 적어도 ’94 무적LG'의 81승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기록들과 비교해도 그 위용이 퇴색되지 않는 라이온즈의 2001 시즌 레이스가 그렇게 ‘압도적’인 것으로 체감되지 않는 이유는 6월 이후 줄곧 어깨를 나란히 해온 유니콘스의 분전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라이온즈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을 ‘라이온즈의 시즌은 끝나봐야 안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를 일이다.

현대와의 치열한 선두 다툼에 종지부를 찍어 가는 라이온즈 구단의 1년 전 이맘때는 지금과 같은 여유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수신 사장이 취임한 후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성공은, ‘전통의 강호’라는 팀의 위상을 다시 복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팬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은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0 시즌의 라이온즈는 드림리그의 선두다툼에서 일찌감치 밀려났다. 2위 두산을 따라잡기 위해 6월부터 시작된 추격전은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줄기찬 연승행진을 벌여도 좁혀지지 않는 승차… 우승을 위해 스미스를 버리고 가르시아를 영입하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물론 시차 적응을 막 끝낸 용병투수 하나로 시즌 종반의 판도를 바꾸어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수신 사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후, 2000 시즌을 앞두고 부임했던 한행수 사장이 개인적인 신상의 문제로 팀을 떠나고, 갑작스레 부임하게 된 신필렬 사장 체제의 프런트가 여유 있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라이온즈 구단의 홍보팀 책임자가 새벽에 난데없이 걸려온 사장의 전화를 받은 이야기를 우연히 사석에서 듣게 된 적이 있었다. ‘우리 가르시아, 신문에서 뭐라고들 하던가?’ 사장이 던진 질문은 단 한 마디였다고 한다.

각 구단 프런트의 홍보팀 관계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구단 이미지에 ‘누’가 될 만한 기사가 올라가지 않도록 ‘마크’하는 ‘ 對 언론관리’이기도 하다. 대개 스포츠 신문사들은 각 구단 별로 정해진 출입 기자를 해당 구단의 시즌 동안 홈 경기든 어웨이 경기든 동행시켜 취재하도록 한다. 해당 출입기자와 구단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간혹... 해당 구단을 ‘조지는’ 기사를 싣게 될 경우, 신문사 내의 다른 기자가 대신 ‘총대’를 매는 것이 상례이다. 1년 전 이맘때, 라이온즈 구단을 자극하는 기사가 모 신문에 실린 적이 있었다. 기사 제목은 ‘져주기의 악몽이냐? 스미스의 저주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라이온즈는 지루한 추격전에도 불구하고 리그 3위가 사실상 확정되어 준 플레이오프의 상대가 결정되기만 기다릴 상황이었다. 그 상대는 자이언츠와 트윈스 중 하나였다. 제목만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기사의 내용은 라이온즈 구단의 ‘原罪’, ‘주홍글씨’로 인식되는 84년의 ‘시리즈 파트너 간택’과 ‘烹’ 당한 스미스의 원한에 관한 것이다.

KBO의 야구연감에 85시즌의 ‘영광스런’ 챔피언은 ‘삼성 라이온즈’로 기록되어 있다. 단일시즌 최다승률인 .706의 놀라운 성적으로 전후기 리그를 sweep했던 바로 그 시즌이다. .706이란 승률이 말해주듯, 더 할 나위 없이 압도적이었던 레이스를 펼쳤던 해이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네 사람의 MVP후보 중, 세 사람이 삼성 선수 였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85시즌의 영광은 84시즌에 ‘자초한 오욕’으로 인해 그 빛이 바래었다. 삼성의 홈구장에서 ‘최강삼성, 2001 V2' 라는 플랭카드를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사의 내용이야 야구팬이면 누구나 다 ‘알만한 내용’이긴 하나, 16년이나 지난 일을 ‘저주’와 같은 주술적인 뉘앙스가 담긴 단어를 언론의 지면을 통해 기사화 하는 것은 ‘大事’인 포스트시즌을 앞둔 입장에서 유쾌하지 못한 일이었으리라… ‘새벽에 걸려온’ 사장의 전화를 난데없이 받아야 했던 홍보팀 관계자가 그 기사를 읽고 분개하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연하게 남는다. 프런트의 항의를 받아들여, 그 신문사는 해당 기사를 부산 경남 지역의 지방판에만 게재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삭제하고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필렬 사장이 <스포츠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리즈 우승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 걱정...’ 이라고 밝혔듯, 라이온즈는 아직 포스트시즌의 승자가 되어본 경험이 없는 팀이다. 그러한 경험을 쌓을 수 없었던 원인 또한 오랜 세월을 두고 야구팬들과 호사가들의 이야기 거리가 되어왔다. 이번 시즌에 라이온즈가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것은 14년만의 일이다. 6차례의 챔프 전에서 겪었던 실패 중, 상대보다 우위의 전력을 보유한 것은 84시즌 단 한 차례였다. 84시즌을 제외하고, 가장 챔피언의 위치에 근접했고 팬들에게 짙은 아쉬움을 남겼던 93시즌. 삼성의 상대는 김응룡과 선동열, 이종범이 한 팀에 있었던 ‘해태’였다. 그리고 그 해의 해태는 .655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한, 삼성을 꺾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는 강팀이었다.

17년 전, 김영덕 감독 재임시절의 라이온즈가 감행했던 ‘져주기’는 물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 이후 숱한 명승부의 ‘明 과 暗’ 중 후자 쪽에 늘 있어왔던 라이온즈의 ‘悲運’이 ‘저주’에 의한 것이라면 이제는 그 ‘공소시효’가 지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삼성 구단이 일으켰던 많은 ‘문제적 행위’들에 대한 변호를 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그것대로 비난 받아야 마땅할 일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라이온즈 선수들의 땀으로 이루어진 승리까지 퇴색시켜야 할 이유를 필자는 쉽게 찾을 수 없다.

곧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되고 또 한 차례의 ‘가을의 고전’이 우리 팬들의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라이온즈가 첫 시리즈 챔피언이 될지, 다른 팀이 영광을 차지할 지는 ‘野球의 神’만이 알 일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 게임 차를 놓고 다투는 ‘범 중위권’ 팀 들 중에서 챔프가 나올지도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와 드라마… 그것이 야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그 영광은 그라운드에서 열연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빚어낸 몫일 것이다. ‘신의 손’은 그들의 열정과 함께 할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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