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갈수록 얽히는 '당정쇄신 갈등'

  • 입력 2001년 8월 28일 19시 05분


28일 오전 당4역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중권대표
28일 오전 당4역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중권대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측이 제기한 당정쇄신론에 대해 28일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즉각적이고 확실하게 불가(不可)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당정쇄신을 둘러싼 당과 청와대간의 갈등이 그만큼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당정쇄신론을 다시 제기한 김 대표측이 다소 무안을 당한 셈이 되나 내막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김 대표로서는 이번 문제 제기로 최소한 연말까지는 당의 중심으로서 당을 끌고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되어 온 당정쇄신론의 최초 진원지는 김 대표측이 아니라는 게 여권 내의 정설이다. 김 대표측은 그 진원지로 일부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여권 핵심인사들을 지목하고 있다. 이들이 ‘김 대표 흔들기’ 차원에서 당정개편설을 흘렸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김 대표의 서울 구로을 재선 출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대통령을) 얼굴 없이 보좌해야 한다”고 말해 온 것도 이들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과 불만의 표시라는 것.

이런 점에서 보면 김 대표가 이번에 주장하고 나선 당정쇄신은 청와대 일부 참모진에 대한 ‘반격’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흔들지 마라, 더 이상 흔들면 나도 ‘쇄신’이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불만도 팽배할 수밖에. 한때 “그렇다면 대표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문제는 당정쇄신 또는 개편을 둘러싼 양자의 갈등이 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김 대표의 ‘당무 거부’ 앞에서 청와대 참모진들이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들은 궁극적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진용을 다시 짜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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