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캠퍼스에 군사기술 개발 열기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27분


21일 대덕연구단지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캠퍼스 정보전자공학동. 우리나라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이 곳에는 이날 1천명이 넘는 과학기술자들이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회장 조용수 국방과학연구소장) 종합학술대회에 참석하러 몰려들었다.

유도탄 화약 레이더 전투기 국방정보전 디지틀병사체계 등 이날 발표된 190편의 군사기술 논문 가운데 절반 가량은 대학 교수들이 발표해 캠퍼스에 부는 군사기술 개발 바람을 실감케 했다.

학술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로비에서는 15개 기업이 전차탄 골키퍼탄 지뢰살포탄 미사일 등을 전시했다. 일부 학생들은 흥미를 보였지만, 어떤 학생은 캠퍼스에 갑자기 나타난 무기를 보면서 어안이 벙벙해 하기도 했다.

올해로 5번째를 맞는 군사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가 국방기관이 아닌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날의 풍경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군과 이공계 대학의 밀착의 한 단면일 뿐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지원받은 연구개발비가 지난해 12억원에서 올해 25억원으로 늘었다. 두 달전 취임사에서 “국방기술의 개발과 인력양성을 위해 계룡대와도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밝힌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장은 약속대로 지난 주 육군참모총장과 ‘학군 교류협정’을 체결했다.

과학기술원은 미국에서 첨단 전자무기 개발을 주도해온 매사추세츠공대 부설 링컨랩과 드레이퍼랩 같은 연구소를 세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캠퍼스의 군사기술 개발 바람은 국방부가 올해부터 국방의 패러다임을 ‘첨단정보기술군’으로 삼고, 무기완제품 도입에서 기술축적 전략으로 바꾼 것과 관련이 깊다. 국방부는 국방비의 4.4% 수준인 연구개발비를 2015년 10%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첨단군으로의 변신을 주장해온 국방개혁위원회 김재창 위원장(예비역 대장)은 이날 개막실 연설에서 “지금까지의 국방은 병사의 근육으로 가능하지만, 21세기의 국방은 과학기술자의 머리에 달렸다”고 역설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한 대학원생은 “교수들이야 거액의 국방 연구비를 받아 좋겠지만, 그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까지 군사기술 개발을 강요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군사기술 개발 바람은 70년대 미국 이공계 대학의 군사기술 개발 반대운동처럼 캠퍼스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

<대덕〓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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