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유리투명도 "원하는 대로"…스마트유리 등장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23분


빛의 투과도나 반사율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유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유리는 커튼이나 블라인드 없이 실내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연출하고,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해 21세기 인류의 문명의 필수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유리공업(주)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태양광의 투과율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투과도 가변유리(SP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11월부터 생산에 들어가기로 하고 최근 벤처회사인 SPDI사(대표 김성만)를 설립했다.

이 유리는 보통 때는 진한 청색이었다가 전기가 통하면 1초도 못돼 투명하게 변한다. 유리의 가시광선 투과도는 스위치를 돌려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즉 스위치로 전압을 높게 가할수록 유리가 더욱 투명해진다.

투과도 가변유리는 건축물의 창, 자동차의 선루프나 백미러, 기차나 항공기의 창, 선글라스 등에 이용될 수 있다. 또한 평소에는 투명했다가 프라이버시가 필요할 때에는 안을 들여볼 수 없게 할 수 있는 실내 칸막이, 깜빡거리면서 메시지나 광고를 전달하는 대형표시장치로도 쓰일 수 있다.

현재 많은 첨단 사무실 건물이 햇빛이 센 날은 너무 눈이 부시고, 구름 낀 날은 너무 어두워 아예 커튼을 치고 낮에도 조명을 해 이중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유병석 박사(SPDI 기술이사)는 “투과도 가변유리를 쓰면 커튼 없이 빛의 양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 대낮에도 조명을 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해졌다 불투명해졌다 요술을 부리는 것은 유리와 유리 사이에 들어있는 필름이다. 두 장의 필름 사이에 미세한 액체방울이 있고, 이 방울 속에 푸른색 광편광입자가 들어있다.

이 입자들은 평소에는 자기들 멋대로 브라운운동을 하기 때문에 빛이 흡수, 산란되어 짙은 청색을 나타낸다. 하지만 양쪽 필름에 전기를 가하면 광편광입자가 형성된 전기장과 평행하게 배열돼 투명한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다.

선진국 유리회사들은 그동안 회사의 운명을 걸고 투과도 가변 유리 개발에 몰두해왔다. 하지만 한국유리처럼 자유자재로 투과도를 바꿀 수 있는 넓은 유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곳은 아직 없다.

일본판초자 등이 액정물질을 이용해 투과도를 바꿀 수 있는 유리를 개발했지만, 이 유리는 투명과 불투명 두 가지 상태로만 투과도를 바꿀 수 있어 실내 칸막이 용도로만 쓰인다.

또한 미국의 젠텍스사는 전자크롬(EC)방식의 투과도 가변유리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유리는 크게 만들기가 어려워 자동차의 실내 백미러용으로 쓰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 유리를 수입해 에쿠우스, 뉴다이너스티에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백미러는 밤에는 빛의 반사율이 낮아져 눈부심과 피로를 줄여준다.

한국유리는 적외선 반사유리인 ‘에스라이트’도 개발해 시판 중이다. 얇게 은을 코팅한 이 유리는 투명하면서도 적외선을 차단해준다. 여름에는 뜨거운 열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난방기구에서 나오는 열선을 실내로 다시 반사시켜 보온효과를 낸다.

이 적외선 반사유리는 값이 일반 유리보다 5배 가량 비싸지만, 4년 정도 사용하면 에너지절감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 아셈 컨벤션센터, LG강남타워, 포스코빌딩 등이 이 유리를 사용했다.

현재 독일에서 시공되는 창유리의 90% 이상, 미국에서는 50% 이상이 적외선 반사유리이지만 우리나라는 1.5%에 불과해, 산업자원부가 유리에도 에너지 등급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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