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13]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33분


기업을 ‘오너’, 은행, 주주, 공무원, 정치실세 중 누가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가? 글로벌 지식사회에서는 어느 나라의 어떤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방식이 가장 소망스러울까?

이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이 태국 방콕에서 연 ‘아시아경제의 장래’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도 기업지배구조였다. 경제위기 이후 많은 기업의 도산을 경험한 동남아국가 참석자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제 발표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그런데 그 답은 ‘정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 회의가 있은 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는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에서 같은 주제로 국제회의를 열었다. 주제 발표자인 드와이트 크레인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대표모델로 세 가지를 들었다. 그룹(group)모델, 은행(bank)모델 및 시장(mar-ket)모델이 그것이다.

▼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16. 지식산업시대의 국토
17. 지식기반 산업 준비

그는 그룹모델은 일본기업들처럼 가족이나 기업그룹이, 은행모델은 독일기업들처럼 은행이, 그리고 시장모델은 미국기업들처럼 주주가 각각 지배하는 모델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 포천지가 올해 7월에 발표한 세계 30대 기업 리스트 중 일본 기업이 11개, 미국과 독일 기업이 각각 8개와 6개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3대 모델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회의 참석자들이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으냐고 물으니 그의 대답도 “정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토머스 헬러 스탠퍼드대 법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집단소송제 등 미국식 시장모델로서 쉬운 해결을 기대하지만 이에는 많은 낭비가 따름을 잘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경제를 하루가 다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중국기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회의에 참석한 중국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또한 자신들 생각으로는 이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며, 앞으로 독자모델로 기업을 키워 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올해 7월 현재 주식시가 총액 기준 세계 최고기업(약 4900억달러)인 미국 GE사의 잭 웰치 회장은 중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고,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기업이 서양모델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시조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글로벌 지식사회에서는 최선의 유일한 기업지배모델이나 경영방식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크레인 교수도 나라마다 문화, 전통, 정치나 정부기능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 특성에 맞는 자체 모델을 개발해야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양한 업종이나 환경에 맞는 다양한 모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건 세계 제일의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바로 그 지배구조가 바람직한 것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기업지배구조이론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를 아프리카나 동남아 개도국 기업에 적용하여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또한 개도국의 기업환경은 선진국과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적잖은 공무원이나 정치가들이 시장경제에 반(反)하게 각종 규제로 기업을 지배하려고 한다. 공기업들은 특히 그러하다.

삼성전자, ㈜SK 및 포항제철은 미국 포천지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에 이미 올라가 있다. 이외에도 세계 일등하는 국산품이 70개가 넘는다.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국산품도 현재 120여개나 된다. 이런 수준에 올라간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하여 어떤 이상적 모델이나 서구 어느 나라의 모델을 정해서 그에 맞게 뜯어고치려고 하는 것은 드러커 교수나 크레인 교수에 따르면 잘못된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하나의 기업지배이론보다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많은 상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최근 2005년까지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일류상품을 500개 이상 만들기로 정한 것은 좋은 방침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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