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이달말 택시요금 인상 논란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38분


서울시가 이달 말부터 일반 택시의 기본 요금을 1300원에서 1600원으로 올리는 등 시내 택시 요금을 28.24% 올리기로 했다. 택시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일반 택시의 기본 요금이 1000원에서 1300원으로 오른 98년 2월 이후 3년 반만이다.

그러나 승차 거부와 골라태우기, 불친절 등 택시들의 고질적인 횡포에 시달려온 시민들은 “서비스는 엉망인 채 그대로 두고 요금만 올려주면 어떡하느냐”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요금 인상으로 서비스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는다’는 것이 시민들의 ‘체험적 확신’이다.

서울시는 오랫동안 묶어둔 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며 이번 기회에 서비스 개선을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15일 자정 무렵 종로3가 대로변.

“사당 한 사람” “신촌 더블”….

지하철이 끊긴 뒤 택시가 유일한 교통 수단인 시민들이 차도로 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쳐댄다.

도로의 2개 차로를 완전히 점거한 택시들은 승객이 없는 빈차들조차 행선지만을 물어보고는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인근에 직장을 둔 회사원 김모씨(47)는 “30분이 넘게 ‘화곡동’을 외쳐댔지만 골라태우기를 하느라 택시가 영 서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그나마 합승이라도 하기 위해 ‘더블’을 외치지 않으면 이 시간대에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심야시간대에 도심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서는 5, 6차례 이상의 승차 거부를 당하는 게 기본. 시민들은 “이렇게 서비스가 엉망인데도 요금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으니 화가 치민다”고 입을 모았다.

택시운전사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법인택시를 운행하는 노준식씨(46)는 “자정 전후가 사실상 그날 수입을 좌우하는 황금시간대이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골라 태우거나 합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운전사 이모씨(39)는 “월급이 5% 정도 인상되지만 사납금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돼 달갑지 않다”며 “서비스 개선은커녕 괜히 손님들의 불평이 늘어 스트레스만 더 받게 됐다”고 말했다.

▽서비스 개선 가능할까〓서울시는 지난 3년반 동안 인상이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에 유가 상승 등을 반영한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요금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수지가 안맞고 이 결과 불법 영업이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된다는 논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관의 단속만으로 비정상적인 영업을 근절시키기 어려워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서울시는 이번 요금 인상을 계기로 대대적인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한편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서울시 차동득(車東得) 교통관리실장은 “요금 인상의 조건으로 일반 택시에도 외국어 통역시스템과 영수증 발급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일반 택시 1만5000여대를 콜서비스가 가능한 ‘브랜드택시’로 전환해 집중 관리하는 등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시 업계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당초 택시업계가 요구한 인상폭은 50.8%. 택시업계는 이번 요금 인상이 그동안 액화석유가스(LPG)가격이나 차량 가격, 보험료 인상분을 고려할 때 경영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충분조건’이 못 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선없이 일부 택시의 겉모양만 바꾸는 개선책은 별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요금 인상으로 수요를 감소시켜 서비스를 개선시키겠다는 발상은 한계가 있다”며 “심야시간대 택시 외에 대중교통 수단을 보완하는 등 시민들의 선택권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철·이진한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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