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가계대출 37% 급증… 신용불량자 275만명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9분


은행들이 기업보다 가계 대출에 치중하면서 가계 대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37%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면서 연체율도 높아져 신용불량자 숫자가 사상 최대인 27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경제활동 인구 100명당 12명이 신용불량자로 분류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신용대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199조94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8조5518억원)보다 6.0%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가계 대출은 123조5719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90조4839억원)보다 37%나 늘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자금 대출은 26조1594억원으로 15% 증가에 그친 반면 운전자금으로 쓰이는 일반가계 대출은 97조4125억원으로 44% 늘었다.

금감원 최태문 은행경영분석팀장은 “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는 가계 위주의 소매금융에 주력한데다 최근 소비 증가로 인해 가계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 가계 대출 성격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6월말 현재 30조4358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19조원)보다 57%나 늘었다. 이 중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13조45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채권 연체율도 작년말 7.7%에서 올 6월말 8.8%로 크게 높아졌으며 은행 대출이나 카드 사용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는 신용불량자 수도 6월말 현재 사상 최대인 275만7962명(법인, 개인 포함)으로 경제활동인구 2292만명의 12%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신용사면 정책에도 불구하고 3월말보다 40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올 상반기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가량 늘어나면서 사용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수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신용카드 사용증가가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가계 대출에 매달리는 상태에서 경기 활성화가 실패할 경우 신용불량자 대량발생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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