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택기금' 국민-주택銀 합병 새변수로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56분


11월 출범예정인 국민-주택 합병은행이 암초를 만났다. 주택은행의 주요 수익 및 고객기반인 국민주택기금의 위탁관리업무가 다른 기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영화된 주택은행이 공공기금인 국민주택기금을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작년 말부터 위탁기관 변경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로 인한 주택은행의 미래수익가치 훼손은 양 은행 합병비율 산정 때 반영되지 않아 ‘1.688 대 1로 결정된 합병비율은 국민은행 주주들에게 불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기금위탁기관 변경은 합병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합병계약 파기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은행, 고객기반이 흔들린다〓주택은행은 기금 위탁관리업무를 맡으면서 기금대출자를 은행고객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지금까지 펴왔다. 기금이 내는 연간 수수료비용은 약 1500억원이지만 관리인력 인건비와 전산투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주택은행으로서는 약간 적자. 그러나 기금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과 대출, 신용카드 등 각종 소매금융영업을 할 수 있어 주택은행은 이 업무를 지키려고 기를 쓰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공공성을 내세워 위탁기관 변경을 추진 중이며 위탁수수료도 운용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하고 기금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럴 경우 주택은행은 상당한 고객기반을 잃어버리게 돼 향후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기금업무 인력 2000여명의 처리문제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은행도 알고 있었다〓위탁기관 변경은 작년도 건교부 국정감사때부터 불거져나온 사안이었고 올해부터는 아주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은행측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합병과정에서는 자산가치만이 고려됐고 미래수익가치는 주가로 대신했다. 주택은행의 기금위탁업무가 떨어져나가면 주택은행의 수익기반이 크게 약화돼 미래수익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던 것.

합병추진위원회 최범수 간사는 “정부가 위탁기관 변경을 검토한 것은 알고 있었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합병비율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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