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한류 열풍'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20분


과거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중가요로는 1980년 홍콩 가수 탄융린(譚永麟)이 노래한 조용필의 ‘친구여’ 등 번안곡이 주류였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미녀와 야수’ ‘OK? OK’ ‘나는 나’ 등 한국가요 번안곡은 물론이고 핑클, 베이비복스, 안재욱 등 우리 신세대 대중스타들이 중국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H.O.T.는 작년 베이징 공연 이후 발행부수 100만부가 넘는 음악잡지 ‘당다이거탄(當代歌壇)’의 인기순위에서 연속 5개월 1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바람, 이른바 ‘한류(韓流)’ 열풍이 거세다. 대중가요를 필두로 영화, TV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는 한국 대중스타들의 인기가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하늘을 찌를 기세란다. 중국에선 ‘한국 팬’을 뜻한다는 하한쭈(哈韓族), ‘한국 마니아’란 뜻의 한미(韓迷) 등 신조어도 등장했을 정도라고 하니 한중간 전통적인 문화수출입 관계가 역전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한류 바람의 경제 효과를 노리는 움직임도 이미 본격화됐다. 국내 모 전자업체는 작년에 안재욱을 CF모델로 내세워 중국 내 TV 판매신장 150%를 기록했는가 하면 영화배우 김희선도 기록적인 출연료를 받고 중국 이동통신업체 TCL의 CF모델로 나섰다는 소식이다. 국내의 한 요식업체도 세트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한국 가요 CD를 공짜로 줘 대히트를 쳤다고 한다. “20세기에 기회의 땅이 미국이었다면 21세기의 엘도라도는 중국”이라는 한 중국통의 얘기는 이제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에서 한류 바람의 주역은 약 4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상류층의 자제들이다. 비유하면 중국에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사람들’이 우리 인구만큼 있고, 그 자제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꿔가고 있다는 얘기다.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도 우리가 중국에 뒤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때마침 불어온 한류 바람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그 기회를 100% 활용하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