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서민 주택정책 "없느니만…"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49분


"정부가 쏟아내는 주택 정책을 보면 도무지 좌충우돌입니다. 도대체 예측하기가 불가능하고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주택업계가 최근 건설교통부가 잇따라 발표한 주택 정책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정책 대부분이 규제완화와 자율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 수요를 급감시키면서 공급기반마저 붕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서민주거안정대책이라고 쏟아내는 각종 대책에 정작 서민에 대한 배려는 빠져 있다. 정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반발을 받으면 수정하는 '즉흥적 정책'이 되풀이되고 있다.

<표1>서울시 동시분양 아파트 평형별 공급가구수 추이(단위:%)
평 형1997년1998년1999년2000년2001년
29평형 이하59.445.431.020.320.0
30∼39평형 28.735.941.144.051.0
40∼49평형9.717.320.922.113.6
50평형 이상2.21.47.013.611.6
*매년 공급된 아파트 총가구수를 나눈 비율임.

<표2>서울시 동시분양 아파트 평당분양가 추이(단위:만원)
평 형1997년1998년1999년2000년2001년
29평형 이하506517 516 572 589
30∼39평형508559 576 584 607
40∼49평형500594 633 690 747
50평형 이상5198801,0541,4101,020
평 균508637 695 814 741
*2001년의 경우 7월에 있는 6차 동시분양까지의 평당 평균분양가입.(자료:내집마련정보사)

▽장기비전 없는 정책, 흔들리는 시장〓건교부는 9월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소형(전용면적 60㎡·18평 이하) 아파트 공급 의무화 비율 제도를 적용키로 했다. 이 제도는 98년 초 업계의 경영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폐지됐던 것.

건교부는 소형 평형 아파트 공급부족으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 불안이 계속되자 서둘러 이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역별로 전체 공급 가구수의 20∼30% 정도의 비율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택업계는 이미 서울에서 소형아파트 수요가 급증하는 점에 맞춰 올해 분양아파트의 20% 정도를 소형으로 공급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뒤늦게 강제 규정을 만드는 것은 시장의 자율기능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소형 평형 의무비율이 부활되면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사업을 포기하는 단지가 늘어나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박규선 한국주택협회 홍보실장은 "서울의 경우 98∼99년도에 발생한 미분양아파트의 절반이 소형아파트였다"며 "정부가 이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굳이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민 위한 정책에 '서민'은 없다〓정부는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자 재건축 단지 등 민간개발택지에 지어질 소형아파트의 분양가를 자율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형을 지으면서 줄어들게 될 재건축 사업의 수익을 보전해주겠다는 이른바 '당근'이었다.

그러나 분양가를 자율화할 경우 아파트 분양가의 대폭 상승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98년초 분양가를 자율화한 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급등했다.

또 분양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기존 소형아파트의 가격 상승만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서민들의 안정 주거 기반만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의 소형 주택 의무 비율 부활 방침 이후에도 수도권의 전세금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가격 상승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등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소형아파트는 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짓는 것. 정부 출연금과 서민들의 청약통장 부금 등으로 조성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도 받는다. 따라서 업체들이 마음대로 분양가를 받을 경우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건교부가 서민주거안정대책을 주택 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자충수를 둔 것 같다"며 "단기적인 대책과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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