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민영교도소 인권보호 울타리 될까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7분


법무부는 내년 초 1개 민영교도소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국영교도소의 과밀 수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와 예산절감이 정부가 내건 민영교도소 추진의 배경이다. 그러나 인권단체 등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민영교도소가 오히려 재소자의 인권을 더 유린할 수 있다고 우려, 논란이 예상된다.


▽추진 일정〓법무부는 24일 민영교도소 설립 공고를 낸 뒤 사업 신청자 가운데 1개 법인을 선정해 300∼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민영교도소 사업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사 결과는 6∼8개월 뒤에 나오고 교도소 건축기간 등을 고려하면 설립 시기는 2003∼2004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일단 1개 민영교도소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뒤 추가설립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제안 요청을 준비중인 곳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설립한 재단법인 ‘아가페’와 원불교가 설립 준비중인 법인, 민간 중소기업체 2곳 등으로 알려졌다.

▽추진 배경〓93년에 전국 교도소 정원(5만5300명)의 7%에 해당하는 3845명이 초과된 이래 현재까지 매년 교도소 수용인원이 정원보다 2.9∼20.1%씩 초과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교도소가 세워진지 15∼20년이 지나 많이 낡았고 적정 수용 인원을 넘어선지도 오래됐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수용시설 확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영교도소가 설립되면 민간비용으로 교도소 부지 매입과 건축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국영교도소의 과밀상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민영교도소에 국영교도소 수준의 운영비만 보조해줄 예정. 추가 운영비용은 민영교도소 재소자들이 일을 해 얻는 소득으로 충당하게 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민영교도소 사업자인 CCA가 운영하는 교정시설의 경우 국영교도소보다 운영경비가 5∼15%, 교도소 설치비용이 15∼25% 적으며 연간 재소자 도주율도 0.006%로 미국 전체의 0.04%보다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권침해 우려〓일부에서는 민영교도소가 재소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할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교도소를 운영하게 되면 아무래도 재소자의 인권보다 비용 절감에 목표를 둘 개연성이 크다는 것.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유해정씨는 “최근 미국과 호주의 민영교도소에서 체벌과 폭력 등 끔찍한 인권유린이 벌어진 사실이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교도소의 과밀상태를 해소하려면 불구속 수사 원칙을 확립하고 보석과 가석방을 확대해야 한다”며 “재(再)사회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도소 밖 교화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법조인과 학계 인사들은 또 정부에서 운영경비를 더 타내려는 민영교도소측이 재소자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책〓법무부는 민영교도소에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하는 감독관을 파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민영교도소측이 재소자에 대한 징벌부과 등 인권과 관련한 사안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려면 이 감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법무부는 또 민영교도소 운영 상태에 대한 감독과 감사를 정부 각 부처 산하기관이 받는 수준으로 엄격히 하고 교도소 직원들이 법률을 위반할 경우 공무원에 준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건국대 법대 이승호(李昇鎬) 교수는 “법무부나 사업을 준비중인 법인들이 민영교도소 운영방식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의 사례 등을 놓고 깊이 있는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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