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운동 정치편향 안된다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37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석연(李石淵) 사무총장의 시민운동 비판은 지금 우리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변호사로서 시민운동의 최일선에 서있는 그는 엊그제 경찰대 특강에서 ’시민운동가들이 평소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치우친 듯한 활동을 하다가 정관계로 진출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시민운동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질책했다. 또 이 같은 활동이 결과적으로 시민운동의 순수성과 중립성에 왜곡을 가져온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달 전에는 ’헌법등대지기’란 책을 통해 시민운동의 초법화(超法化)와 권력화 경향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이 총장의 지적은 ’과거의 예’를 많이 드는 방식이었지만 현재의 상황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시민운동방식이 그만큼 순수하지 못한 부분이 많고 따라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상당수 시민단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권력의 비리나 부정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한쪽으로 경사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들 시민단체는 마치 정권을 대변하듯 특정신문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 획일적으로 한 목소리만을 내면서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무오류’의 자만에 빠져 자신들만이 ’정의의 판관’인 것처럼 다른 쪽을 몰아붙이는 선동주의 흐름까지 보이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의 활동은 중요하다. 정당이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이것은 시민사회의 성숙에 크게 기여한다. 우리는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환경보존 인권향상 소비자보호 경제정의실현 등에 큰 기여를 해 온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전개과정에서 시민단체 스스로 정치단체처럼 권력화되고 이를 정치참여의 디딤돌로 이용한 측면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내년 지방선거 등에 참여하려는 시도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민단체의 활동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비당파적이어야 하고, 그럴 때 시민운동의 순수성과 보편성도 확보된다. 그것이 시민단체가 이익단체나 이념단체와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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