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택기금은 눈먼 돈?…허술한 관리로 혈세 낭비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28분


42조원이나 되는 국민주택기금이 방만하게 운용돼 국민의 혈세가 새고 있다.

주택은행은 81년부터 기금을 독점적으로 위탁관리하며 연간 15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는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결과에서 드러났듯 건설업체가 은행간부와 짜고 유령회사를 만들어 각종 서류를 조작해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후 부도처리하면 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특히 부실대출로 기금이 부실화돼도 주택은행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금을 운용하지 않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고 있다.

▽허술한 대출심사〓주택은행의 대출심사는 사업성(35점) 사업수행능력(25) 재무상태(40점) 등을 기준으로 40점 이상 받으면 된다.

그러나 심사 직원의 주관에 따라 점수를 줄 수 있는 입지여건(10점) 분양전망(10점) 등이 평가항목으로 돼 있어 주택건설 실적이 전혀 없거나 재무상태가 부실하더라도 4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업체는 실적이 전혀 없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가장납입방식으로 자본금을 늘린 뒤 대출심사를 통과했다. 검찰조사결과 주택은행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작업을 하지 않거나 돈을 받고 눈감아 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착공신고만으로 대출 승인액의 40%를 선급금으로 지급하는 규정이 악용됐고 주택은행은 사업장에 대한 현장확인, 시공사나 하도급업체에 대한 실사 등은 하지 않고 형식적인 서류심사만으로 돈을 내줘 기금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99년에는 한 건설업체가 아파트공사 선급금으로 1405억원을 대출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려 부도가 났다.

▽주택은행은 책임을 안 진다〓국민주택기금은 법규상 부실화돼도 주택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고 모두 기금의 손실로 처리된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연구원은 “대출심사 기준이 애매해 대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위탁관리기관이 부실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년 말 현재 국민주택기금의 부도사업장 대출금은 3조1665억원에 달한다. 국민주택기금은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대한주택보증 출자금 4500억원을 전액손실처리하면서 당기순손실이 4434억원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도 부도사업장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올해만 1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은행은 부실건설업체가 받은 대출금을 ‘꺾기’를 통해 은행예금으로 유치, 기금을 은행영업에 직접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수료 260억원 과다지급〓감사원은 추첨식복권이 96년부터 연식으로 발행됐지만 위탁수수료는 단식기준으로 산정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총 260억원의 위탁수수료가 과다지급됐다고 밝혔다.

연식은 복권 1장으로 두 번 추첨이 가능하지만 수수료는 연식 1장이 아니라 단식 2장을 기준으로 주택은행에 지급했던 것. 감사원은 “복권 인쇄와 배송 등 관련업무가 대부분 연식복권 단위로 처리되는데 수수료는 단식복권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수수료산정 방식을 바꾸도록 권고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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