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 상하이(上海) 행차에서도 드러났듯 북한이 요즘 부쩍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가 첨단 IT 분야다. 많은 사람들은 몇 년째 극심한 경제난을 겪어온 북한에서 무슨 첨단산업이냐고 갸우뚱하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근거 있는 선택이다. IT 분야에는 기존 굴뚝산업처럼 막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북에는 잘 교육받은 인력이 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한 대북사업가의 말처럼 “북한은 산업화 시대를 건너뛰어 곧바로 정보화 시대로 진입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개소식에 참석한 북측 손님들도 남북 IT 협력사업에 꽤 기대하는 눈치였다. PIC 최주식 사장은 “남측에선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자는 것도 우리가 이번 합작사업에 뛰어든 이유”라고 말했다. 북측 인력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남측 강사들에게서 배울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배우겠다는 자세다. 북측의 대남경협 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장우영 총사장도 마주칠 때마다 “우리는 문제 없으니 남측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IT강국 진입이 기대처럼 될지는 두고 볼 일.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만 해도 ‘팔리는 상품’이 되려면 개발자와 소비자의 문화적 코드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북측 컴퓨터 수재들이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공간을 북한 당국이 얼마나 허용해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북한 IT산업의 운명은 그들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단둥〓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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