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합니다]후두암 3기 김영식씨 "담배 안피울래요"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29분


‘암이라고 해 모든 걸 포기했는데…. 비록 목소리는 잃었지만 소중한 생명을 건진 것을 하늘에 감사드려야죠.’

26일 오전 서울 강북 삼성병원 이비인후과 병동. 한달간 입원 치료를 마치고 가족들과 퇴원 준비를 하던 김영식씨(64·전북 정읍시)는 펜으로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평생 흙과 더불어 살아온 농사꾼으로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김씨에게 ‘병마의 그림자’가 닥친 것은 지난해 초여름. 어느 날 갑자기 목 구멍 주변이 화끈거리며 이물감이 느껴졌다.

김씨는 ‘며칠간 모내기를 하느라 너무 무리했나’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고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지만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나중에는 목소리가 이상해지고 침조차 삼키기 힘들 정도로 아파왔다.

집 근처 개인 병원을 찾아 X레이 촬영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진통제와 목에 좋다는 한약을 함께 복용하면서 증세가 나아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더 심한 통증이 발생하자 결국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 검진을 받았다. 진단 결과는 후두암. 성대 윗 부분에서 발생한 암세포는 초기 단계를 넘어 3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충격에 앞서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50년간 하루에 두 갑씩 담배를 피웠으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겁니다.”

곧바로 입원해 조직 검사를 받고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이미 암세포가 많이 퍼져 성대를 제거해야 했지만 다행히 생명은 건질 수 있었다. 수술 경과는 좋지만 당분간 면밀한 진단과 사후 관리가 필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다시는 담배를 입에 물지 않을 겁니다. 집에 돌아가면 주위 친구들에게 당장 금연하라고 권하겠어요.’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주치의 한마디 "흡연-공해가 주원인…'5년 생존율' 70%"

후두암은 머리와 목 부위에서 발생하는 각종 암 가운데 발병률이 가장 높다.

흡연이 최대의 주범이다. 특히 호흡기의 입구인 후두 부위는 담배 연기에 직접 노출되므로 발병 위험이 더욱 높다. 이밖에 각종 공해 물질과 환경 호르몬도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환자의 90% 이상이 50∼60대 남성 흡연자들. 최근에는 40대 남성 환자도 늘어나고 간접 흡연으로 인해 담배를 피지 않는 다른 가족이 걸리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대개 위치에 따라 성대에 발생한 암(성문암)과 성대 윗부분에 발생한 암(성문상부암)으로 나뉜다.

성문암의 경우 갑자기 목소리가 쉬는 등 초기 징후가 뚜렷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조기 발견이 용이하다. 증세를 방치할 경우 목소리의 상태가 더욱 나빠지며 심하면 아예 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호흡 곤란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성문상부암은 침이나 음식물을 삼킬 때 가벼운 통증외엔 별다른 증세가 없어 조기 발견이 힘든 편.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목소리에 이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레이저 내시경을 이용한 부분 적출술과 방사선 치료를 통해 성대를 손상시키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됐을 경우 생명이 우선이므로 성대를 제거할 수 밖에 없다.

후두암은 다른 부위의 암보다 치료 효과가 양호한 편. 전체 치료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이고 초기에 발견돼 치료할 경우 80∼90%의 완치율을 보인다.

금연이 최선의 예방법. 40대 이상의 흡연자 중 갑자기 목이 쉬거나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또 하루에 한갑 이상의 담배를 피는 사람은 1년에 한 차례씩 후두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권기환(강북 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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