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역사 잊으면 왜곡은 계속된다'황태자비 납치사건'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44분


◆ '황태자비 납치사건 1, 2'/김진명 지음/1권 241쪽 2권 218쪽 각권 7500원 해냄

일제의 잔혹한 만행을 직접 몸으로 겪은 세대들은 세월의 흐름으로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소위 신세대들에게도 일본은 여전히 분노와 경계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수난과 치욕의 역사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채 끊임없이 대물림돼 앙금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역시 이러한 대물림의 하나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쩌면 일본에 마지막으로 역사 청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둘러싼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기 위해 ‘발칙’하게도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모의한다.

두 명의 재일 한국인이 가부키를 관람하던 마사코 황태자비를 납치한다. 황태자비를 돌려보내는 조건은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의 죽음을 기록했던 문서를 공개하라는 것. 공개 시한은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일본 역사 교과서 심의를 제기한 최종 심사 하루 전이다. 납치극은 결국 실패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이 저지른 참상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황태자비는 자신의 입으로 직접 역사 왜곡의 실체를 고백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극에 달한 일제의 광기를 보여주는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그 광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 그리고 이 둘을 연결시키기 위해 가공한 황태자비 납치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절묘하게 이어진다.

저자는 뼈아픈 역사를 단호하게 처단하지 못한 한국인에 대해서도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책 머리에 적은저자의 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의 다하우 강제수용소 벽에는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는 글이 씌어있다. 우리는 어떤가. ‘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잊어버렸다’는 말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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