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간호섭교수가 본 요즘 베이징의 거리패션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55분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부 간호섭 교수가 역동적으로 진보하고 있는 ‘베이징 패션’에 대한 글을 본보에 보내왔다. 간 교수는 최근 자신의 패션전을 열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다녀왔다. 지구촌 패션의 경연장처럼 바뀌고 있는 요즘 베이징의 거리 패션을 소개한다.》

올림픽이 열릴 중국 베이징(北京)의 패션은 해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파리와 도쿄(東京), 서울 패션의 장점만을 아우른,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새로운 패션코드를 형성하고 있는 듯 했다.

크게 봐서 한국 패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소매 티셔츠, 꽃무늬를 앞세운 단순한 코디네이션일지라도 유럽풍의 세련된 느낌이 살아있었다. 길고 가늘지만 탄력이 있어 서구적 몸매에 가까운 탓인 듯 했다.

원색 패턴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호하는 일본식이 녹아 있는가 하면 긴 생머리, 짙은 파운데이션을 배제한 채 자연의 피부를 연출하는 메이크업도 혼재했다. 머지 않아 베이징이 뉴욕이나 밀라노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컬렉션의 무대가 되리라는 패션전문가들의 찬사가 무리는 아니었다.

▽세계패션의 용광로〓왕푸징(王府井)거리는 패션의 ‘한류(韓流)’가 두드러진다. 서울 신촌과 동대문거리 패션을 혼합한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주변은 베이징백화점을 포함한 여러 복합 쇼핑몰,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점, 수백m에 걸쳐 야외 포장마차가 들어서 있다. 중국 소비주의의 메카로 불릴 정도다.

거리의 젊은이들과 인터뷰해 보니 한국 TV에서 본 가수나 배우들의 패션을 참고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곳 힙합패션은 아메리칸 힙합이 아닌 전형적인 한국식 힙합패션이었다. 스니커즈를 약간 덮을 정도의 두 치수쯤 큰 청바지와 면티셔츠를 입었지만 지저분하게 늘어뜨리지 않고 정갈한 스타일을 연출하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여성들은 헐렁한 원피스, 7푼바지, 허리 쪽이 꽉 끼는 배꼽티, 끈 달린 샌들을 좋아했다. 색조화장이 적어 이목구비선이 잘 살아났다.

남성 샐러리맨들은 중국식 인민복의 장점을 정장에 응용시켰다. 부드럽고 광택감이 있어 실크소재가 가미된 듯한 반팔셔츠 차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넥타이를 하지 않고도 정장 특유의 세련되고 단정한 이미지를 잘 접목시켰다.

▽호화(豪華)로운 중화(中華)〓일본 도쿄의 시부야와 서울 청담동의 퓨전 패션이 연상되는 싼리툰(三里屯)거리는 외국대사관이 밀집해 있으며 야외 테라스카페가 유독 많은 곳이다. 옛날 중국의 화려한 비단옷이 떠오를 정도로 다양한 원색 의상과 고급스러운 의상실 옷이 흔한 곳이다.

커트 머리에 배낭을 메고 긴 치마로 조화시키거나 원피스 선글라스 가방 패디큐어 샌들 카디건을 모두 베이지색으로 통일시킨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우리와는 조금 개념이 다른 ‘커플룩’도 이색적이었다. 함께 다니는 동성친구끼리 같은 브랜드,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뉴욕이나 런던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테크노바들도 꽤 눈에 띄었는데 이곳의 패션열기를 반영하듯 어떤 바에서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패션모델들이 워킹을 하며 손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간호섭(동덕여대 교수·의상디자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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