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30대그룹 주식소유 현황 해석 공정위 "이랬다저랬다"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7분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공정위는 30대 그룹의 주식소유 현황을 발표하면서 당초 ‘문어발 확장경영’ ‘총수 1인의 왜곡된 소유구조’ 등으로 비판했다가 뒤늦게 의미를 줄이기에 급급하는 등 촌극을 빚었다.

문제가 된 자료는 공정위가 25일 발표한 ‘2001년 대규모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공정위는 이 자료에서 “30대 그룹의 출자분이 늘어나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재벌총수 한사람이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이용해 여전히 계열사에 대한 지나친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런 분석의 근거로 △30대 그룹의 출자총액이 1년 사이에 4조9000억원이 더 늘었고 △출자비율이 32.9%에서 35.6%로 증가했으며 △동일인 1인 지분도 지난해 1.5%에서 3.3%로 2배 이상 늘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날 낮 ‘재벌이 달라진 것 없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해설기사를 내보내면서 공정위의 기류는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성환(吳晟煥) 공정위 독점국장은 “신규회사 가운데 정보기술(IT)업체가 40%나 돼 벤처지원 등 정부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문어발 확장경영으로 단정하기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동일인 지분도 새로 30대 그룹에 지정된 포철과 현대백화점을 감안하면 재벌총수 지분변동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의 기세등등하던 자세에서 크게 후퇴한 셈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꼬리를 내린’ 것은 당초 자료가 추가 규제완화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재계에 대한 공격논리로는 적합하지만 “외환위기 후 기업구조조정의 칼자루를 휘둘렀던 공정위는 뭘 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오 국장의 해명대로 출자지분과 그룹총수의 지분 변동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강력히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필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것도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논조 조정’을 요청했고, 특히 현실적으로 방송사 및 지방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연합뉴스 보도내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고위간부가 직접 연합뉴스 경영진에 ‘기사를 바꿔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는 몰라도 연합뉴스는 이날 저녁 “올해 4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부활된 뒤 재벌의 출자총액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는 기사를 다시 내보냈다.

공정위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달 동안 터져 나온 각종 ‘악재’로 창립 20주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또 이런 일이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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