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日 개신교 신학자 우치무라 간조 전집 10권 완간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1분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개신교 신학자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 1861∼1930)의 전집 10권이 최근 크리스찬서적에서 완간됐다.

우치무라 간조는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다”고 말한다. 일반 종교에서는 사람쪽에서 신(神)을 탐구하지만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쪽에서 사람을 찾는다. 그러므로 이것은 종교가 아니라 계시요 복음이라고 우치무라는 말한다.

그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고 우러러보는 것 외에는 신학 교리 신조 의식 등에 일체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다. 예수의 십자가외에는 그 어떤 교회나 제도도 돌아보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일평생 붙들고 살았으며 일체의 위선적 형식과 직업적 사제근성을 미워했다.

그는 생존시 ‘무교회주의자’로 불리며 따돌림을 받거나 지탄의 대상이 됐다. 우치무라의 무교회주의는 당시 군국주의 권력에 머리를 숙이는 일본 교회와 세속화 경향을 보이는 서구 기독교의 회개를 촉구한 데서 비롯됐다. 천황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우상숭배라며 단호히 거부한 그의 생애는 바로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우치무라는 특히 로마서 연구에 주력했다. 그가 61세때 자신의 성서연구 집회에서 700명 내외의 청중을 상대로 1년 10개월에 걸쳐 로마서를 상세히 강의하고 그 결과를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 그의 최대의 명저 ‘로마서 연구’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우치무라의 제자는 김교신 송두용 함석헌 등을 들 수 있다. 이 세사람은 일본 도쿄에 유학가서 우치무라 문하에서 직접 성경과 신앙을 배우고 귀국해 ‘성서조선’이라는 월간 신앙잡지를 함께 발간했다.

전집 중에는 우치무라가 로마서를 강의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나와 앞줄에 앉은 김교신에게 “이렇게 충실한 한국의 성경학도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며 이런 젊은이들 때문에 한국에 기독교가 꽃피울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교신과 송두용 두 사람은 끝까지 무교회주의 정신에 입각해 신앙을 지켰다. 문제는 함석헌이다.

전집을 번역한 경기 일산 ‘함께하는 교회’의 김유곤 장로는 “함석헌은 30대중반부터 기독교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종교라는 시각에 회의를 품고 불경과 노자 장자 등에 탐닉하고 마지막에는 퀘이커에 기울었다”며 “그는 사실상 우치무라와는 완전히 결별했으며 그의 행적을 보고 무교회주의로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집은 각권 600쪽으로 200자 원고지 3만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문학사상사 편집고문이기도 한 김장로는 무려 10년에 걸쳐 번역을 마쳤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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