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민-주택銀 통합 "조직융합에 합병성패 달려"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22분


6개월 이상의 진통 끝에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새 행장으로 결정됐다.

합병 최고경영자(CEO) 선정위원회는 김 행장이 선정된 것에 대해 자세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금융개혁과 대외신인도 향상에 누가 더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행장은 앞으로 합병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을 주도하고 10월1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은행장으로 최종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조직통합과 점포 감축〓합병은행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조직 융화를 이끌어 내는 것. 이미 양 은행직원들의 감정의 골이 많이 패어 합병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국민-주택 통합행장 김정태씨
- 김정태 통합은행장 인터뷰

과거 서울-신탁은행, 상업-한일은행 합병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조직원간 ‘화학적 융합’이 이뤄지지 못하면 합병은 실패작으로 끝날 수 있다. 지난 3년간 입증된 김 행장의 합리적 경영능력과 작년 12월 파업시 보여준 김 행장의 강력한 지도력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다.

합병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인원 및 중복점포 감축이 불가피하다. 김 행장은 “조직안정을 위해 강제적 해고는 없겠지만 희망퇴직을 원할 경우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겠다. 국민은행은 잘 모르지만 주택은행은 상당수가 대기하고 있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합병은행 고위관계자는 “향후 3년간 매년 10%씩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복점포는 전산통합(1년∼1년6개월) 후 본격적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개인금융시장의 공룡’ 탄생〓두 은행의 분야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주택자금대출 89.4% △가계대출 40.0% △중소기업대출 25.7% △신용카드 22.9% 등이다. 소매금융에서는 절대강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은행에서 모든 소비자금융상품을 팔아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개인고객도 주 타깃을 기존 서민층에서 부유층으로 끌어올려 ‘고급은행’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행장의 경영스타일이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인데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초우량 공룡은행 탄생’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어 이번 합병은 어떤 형태로든 국내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반면 대기업여신은 지속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김 행장의 생각이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금은 전체대출의 58.2%(25조2930억원)로 주택은행 17.3%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국내 최대 규모의 운용자산을 가진 합병은행이 대기업여신을 줄이면 일시적으로 기업자금난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