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포커스] 시험대에 오른 현대차의 기업지배구조

  • 입력 2001년 7월 26일 08시 08분


현대자동차의 기업지배구조가 심판대에 또다시 올랐다.

2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최고경영자(CEO) 경질이 '총수 1인 지배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계안 전사장이 정몽구 회장의 측근인 김동진 사장으로 교체되면서 주주이익의 훼손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메릴린치증권은 이같은 우려감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3페이지에 달하는 투자보고서에서 정몽구 회장의 친정체제 등장으로 주주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정회장의 심복인 김사장이 주주보다는 정회장 일가의 이익을 먼저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의 양적, 성장일변도의 경영패턴을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 증권사는 올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통해 배분하기보다는 계열사 지원이나 자동차와 무관한 신규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과거같은 양적성장에 치중하면서 수익성이나 효율성은 경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김사장의 등장이 정회장의 장남인 의선씨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지 않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3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주주이익이 심각히 침해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메릴린치증권은 이같은 우려감을 반영해서 12개월 목표가격을 4만원에서 3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적정주가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의 비민주성을 반영해 세계자동차 업계의 평균 PER(주가수익배율)보다 40%나 할인된 10배의 PER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25일 경영진 교체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임 사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아왔고 현대자동차의 변신에 기여한 반면 신임사장은 경영능력 특히 주주이익에 대한 기여도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회장에게만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 투자자들에게도 검증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시점에서 주주이익 중시경영이 정착될 것인지 확신하기 힘들어 단기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한국현실에서 CEO교체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손종원 굿모닝증권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잘 짜여진 하부조직이 자동차 개발과 판매를 담당하는 만큼 CEO교체가 기업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1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같은 대주주의 전횡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물론 그도 임기중 CEO를 대주주가 전격 교체한 것은 경영의 민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악재라고 인정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