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

  • 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57분


‘백년지계(百年之計)는 막여수인(莫如樹人)’이라는 말이 있다. 먼 훗날까지 훤히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으로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요즈음 말로는 ‘교육이 장래 가장 큰 결실을 보장하는 투자’라고 의역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보람뿐만 아니라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교육정책은 백년지계가 되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을 대는 바람에 해당 학부모 외에는 현행 입시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그동안 역대 정권들은 무슨 새로운 개혁인 것처럼 마구 교육정책을 내놓곤 했다. 하물며 과거 군사정권 때는 문교당국이 어떤 권력자의 자녀 한 명을 위해 수백만 학생들의 장래가 걸린 대학입시정책을 바꾸었다는 얘기마저 나돌았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당국자의 짧은 생각에 따라 갈지자걸음을 걸어 왔다.

▷정부가 20일 밝힌 ‘교육여건개선 추진계획’도 그 내용은 모자랄 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당장 예산확보 방안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게다가 그 내용을 보면다음 정권이 이어 받아야 할 사업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계속성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매년 실시되는 대학 수능시험 하나 일관되게 난이도를 조정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실상이다. 정부의 이번 ‘교육 청사진’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또 한번 학부모들을 현혹시키는 장밋빛 계획이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마침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정부의 교육 청사진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같은 초당적 교육전문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의했다. 한나라당이 이번처럼 정부의 정책을 두고 환영하는 것도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교육정책은 당연히 초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가는 제의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영향을 받지 않는 백년지계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초당적 중립적 교육전문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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