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커서핑]휘슬은 방송사 마음대로?

  • 입력 2001년 7월 9일 21시 34분


프로축구 경기시간이 방송사의 `입맛' 따라 엿가락처럼 휘는 현상이 올해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7일 오후 7시로 예정됐던 프로축구 정규리그 수원-부천전은 공중파 TV의 중계요청에 따라 당일 오후 3시로 시간이 앞당겨져 30도가 넘는 뙤약볕 밑에서 치러졌다.

선수들은 바람 한 점 없는 살인적인 더위에 지쳐 갈수록 흐느적댔고 관중들은그늘 하나 없는 용광로같은 스탠드에서 꼼짝없이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보름전에 중계요청이 와 두 구단 모두 흔쾌히 시간변경에 동의했다"고 했지만 양 구단측은 "경기력은 물론 관중까지 떨어지는데 무슨 소리냐"며 `울며 겨자먹기' 신세를 한탄했다.

3-1로 역전승한 수원 김호 감독 역시 승리의 기쁨 보다 "선수들이 무더위에 고생했다"는 볼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한낮에 해야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연맹은 선수와 관중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듯 지난 5일 이사회에서 경기일정을 대거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의 경우 울산과의 8월19일 경기시간이 오후 7시에서 오후 3시로 앞당겨지는등 10개 구단마다 1∼2개 경기씩 방송사들의 `민원'이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기시간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국내 프로축구의 `거품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연맹은 "경기가 방송을 타면 축구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실타래처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방송사들은 연맹과의 중계권 계약에 따라 연간 30게임을 공중파로 내보내야하고, 연맹은 타이틀 스폰서비를 대는 회사의 `방송노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방송사와 쉽게 타협하는 식이다.

결국 방송사가 타이틀스폰서 눈치를 보는 연맹의 묵인 내지 방관 아래 저녁 중계는 하지 않고 버젓이 계약 밖의 특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일부러 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생중계를 하지 않는다"며 "연맹이 방송중계권과 스폰서 수입을 줄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다른 곳에서 수입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자세를 고쳐야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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