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GM, 대우차 헐값제시 논란…"우리아니면 대안없다" 자만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53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사가 제시한 가격대를 보면 어떤 방식으로 대우자동차를 인수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

협상 초기에는 인수자가 가격을 크게 낮춰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GM이 부른 가격은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협상의 최대 관건인 부평공장에 대해 아직도 인수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것은 인수대가로 세금감면과 가격인하 등을 요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여전히 부평공장을 포함한 일괄매각을 고집하고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GM은 한국정부가 대우차를 올해 내에 처리해야 하는데 GM매각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인수자산의 가치를 최대한 낮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GM, 클린 자산만 가져간다〓인수대상에서 매출채권을 제외한 것은 과거 대우차의 부실은 하나도 넘겨받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3월말 현재 대우차의 매출채권(총자산의 23%)은 7조9161억원이며 주로 ㈜대우에 팔았다가 받지 못했다. 대우차는 회수불능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으로 5조7138억원(72.2%)을 쌓았다.

충당금 적립비율이 작년 3월말(32.3%)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진 것은 해외부문 등의 부실자산을 한꺼번에 털어 냈기 때문.

GM의 처지에서는 충당금을 아직 쌓지 않은 나머지 매출채권(2조2022억원)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대우차와 함께 매각대상에 포함된 대우캐피탈과 대우자동차판매 등도 국내영업에 반드시 필요한 영업망과 소프트웨어만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청산법인에 남겨놓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인수대금도 현금이 아닌 부채인수로 대신하겠다는 것.

▽GM, 우발채무는 싫다〓대우차는 최근 판매촉진을 위해 일반부품의 무상수리보증기간을 등록 후 2년 이내 4만㎞에서 3년 이내 6만㎞로 연장했다. 자동차회사에서는 이것이 우발채무(현재는 채무가 아니지만 미래에 채무가 될 수 있는 거래행위)다. 은행의 지급보증과 같은 것. 따라서 GM은 이미 판매한 자동차에 대한 무상수리 요청이 들어올 경우 대우차가 풋백옵션(Put-Back Option)을 통해 100%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산은은 자동차수리에 대한 보험가입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방침이어서 추가협상이 필요하다.

양측은 또 인수자산의 가치를 국제적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즉 부동산과 공장 등을 공시지가가 아니라 미래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어서 생산성이 낮은 공장은 제값을 받기 어렵게 됐다.

이제 협상의 중심은 GM이 제시한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는가에 모아졌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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