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나에게 음악은 '글쓰기 길라잡이'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6분


나는 음악이 없는 곳에서는 즐겁게 글을 써 본 적이 없다. 지금도 나는 드뷔시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듣고 있다.

버질 톰슨은 세상의 작가들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쓸 때 절대적인 정적을 원하는 사람과 나처럼 음악을 들어야 집중이 더 잘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는 정작 음악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생각에만 집중하는 타입이 아니다. 내게 있어 음악은 창 밖을 내다보면 언제나 볼 수 있는 풍경 같은 것에 더 가깝다. 음악은 글을 쓸 때의 고독한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지루한) 시간 동안 내게 동료와 같은 존재이며,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믿음을 불어 넣어 주는 비밀스러운 친구와도 같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음악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예술이다. 그리고 소설가가 독자에게 중요한 등장 인물이나 배경을 항상 일깨워 줘야 하는 것처럼,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곡의 핵심 테마와 화음의 변화를 반드시 가르쳐 줘야 한다.

물론 음악과 소설 사이에는 다른 점도 있다.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소리들은 음악을 듣는 사람의 귀에 그냥 닿았다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같은 소절이 몇 번씩 반복되는 것이 오히려 환영을 받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는 같은 구절이 똑같이 반복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또한 소설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하는 기록물과 같은 성격을 띠지만, 음악은 외부의 현실을 흉내내는 법이 결코 없으며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수학에 가까운 예술이다.

음악과 다른 예술의 차이점을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아마도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워일 것이다. 그는 음악이 외부의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음악은 어느 정도 존재할 수 있지만, 다른 예술은 결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서재에서 구식 레코드로 음악을 처음 들었다. 아버지는 저녁에 집에서 일을 하시면서 항상 음악을 틀어 놓곤 하셨다. 베토벤의 실내악곡, 브람스의 더블 콘체르토, 드뷔시의 ‘바다’ 등이 그 때 들은 음악이었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아버지는 돈을 벌고 나는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때 우리는 음악 속에서 또 하나의 인생을 경험하고 있었다.

▽필자:에드먼드 와이트(소설가)

(http://www.nytimes.com/2001/06/18/arts/18WHI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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