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회나 시위로 될 일 아니다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9분


공무원 노조 설립 추진 등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오늘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과 민주노총 전교조 등 48개 단체로 구성된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하는 오늘 집회에 전공련 소속 공무원들이 대거 참가한다고 한다.

정부는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실정법에 위배되는 만큼 참가 공무원에 대해 중징계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전공련측은 “사회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에 업무시간이 끝난 후 일반시민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업무시간 후 시민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이니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은 군색한 형식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집회는 전공련이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공무원 노조 설립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공무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집회에 찬성할 수 없다. 내세우는 명분과 이유가 어떠하든 국가공무원이 실정법을 무시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그러잖아도 산업현장의 과격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 공무원들까지 시위성 대규모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곱게 바라볼 국민은 드물 것이다.

전공련측은 관료집단의 민주화를 통한 정부개혁 등을 위해 공무원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공련의 일차적 관심은 스스로 주장하듯 공무원 구조조정 중단, 공무원 연금법 재개정, 성과상여금제 폐지 등 집단 이해에 쏠려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전공련은 현 시점에서 국민이 공무원 노조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할지, 결국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것은 아닐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더구나 공무원 노조가 생겨 파업이나 태업을 할 경우 공공사업 등에 차질을 빚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환경 등 행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필요한 부문이 마비될 위험성도 적지 않다.

물론 우리는 선진 외국의 예에 비추어 공무원 노조의 필요성을 모조리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은 지난해 발족한 공무원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무원 노조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높여갈 때다. 정부도 올해 노사정위원회의 공식 안건으로 공무원 노조 문제를 올려놓고 있다. 우선 여기에서 충분히 토론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공무원 노조 문제는 나라의 경제 사정,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집회나 시위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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