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김훈순/역사드라마 학자-PD시각 비교 눈길끌어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3분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텔레비전 앞에서 소비한다. 진지함에 차이는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 TV방송을 화제로 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는 볼 가치가 없는 바보상자라고 비난한다. 신문의 방송 관련 지면도 정치, 경제, 사회면에 비해 가벼운 읽을거리로 인식되며 흥미 위주로 꾸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TV방송에 대한 우리의 시청행위와 사회적 담론의 이중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부정할 수 없는 중요한 문화권력으로써 방송의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신문의 방송에 대한 접근은 좀더 진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1주일간(5월 17∼24일) 동아일보의 방송기사를 살펴보았다.

첫째, 단연 스타 관련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황현정 앵커(17일자 C6면)와 배우 심은하의 결혼소식(18일자 A30면), 김미숙의 출산 후 동정(24일자 C6면), 개그맨 심현섭(17일자 C6면)과 김미화의 데뷔기(24일자 C6면) 등 연예인 또는 방송인의 사생활에 대한 시시콜콜한 신변 잡기와 이들을 우상화하는 내용이었다. 대중문화의 가벼움을 부추기고 신문을 연예정보지로 전락시키는 기사들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23일자 C8면 ‘스타 매력탐구 김호진’과 17일자 C6면 ‘연예사업도 이젠 경제’는 스타를 매우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전자는 스타의 이미지를 통해 최근 여성들이 연하의 남성을 선호하는 새로운 시대적 코드를 읽어냈고, 후자는 청소년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H.O.T.의 해체를 통해 스타현상을 경제적 시각으로 짚었다.

둘째, 최근 유행하는 역사드라마에 관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역사드라마에 대해 학계에서는 역사왜곡의 문제를 제기하고, 방송계에서는 역사를 토대로 극화된 픽션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한다. 그러나 과거의 사실(fact)은 하나이지만 해석에 따라 다양한 역사적 현실(reality)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를 바라볼 때 사실에 대한 진위보다는 현재의 관점과 문제의식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재현 방식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18일자 C8면 ‘왕건 준비된 쿠데타’와 22일자 C8면 ‘윤원형 실제론 문정왕후의 동생’은 TV드라마의 역사쓰기 방식을 규명하려는 문제의식을 가진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드라마 ‘왕건’과 고려정사의 차이를 지적하고, 역사학자의 견해와 연출자의 역사적 해석을 다룬 점은 전문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자는 실록과 역사소설을 비교하여 등장인물들의 차이점을 짚어준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사실관계에 치중하여 지나치게 정보전달 수준에 머물러 아쉽다. 실록, 역사소설, TV드라마의 매체적 특성과 그에 따른 역사재현 방식의 차이, 역사에 대한 관점과 문제의식, 역사적 사실과 재해석의 관용도 등에 대한 심층분석과 논의가 따랐다면 깊이 있고 훌륭한 방송비평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김 훈 순(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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