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현대사회에서 공동체는 가능한가

  • 입력 2001년 5월 11일 19시 09분


현대사회에서 공동체는 가능한가

강대기 지음

303쪽 1만5000원 아카넷

자본주의 사회에서 탐욕은 생산을 위한 추동력이 된다. 이 시대의 인간은 이기적이고 경쟁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시대의 인간에게 주어진 자기방어의 무기는 권리다. 권리는 인간간의 화합에 기초한 규범이 아니라 분리에 기초한 규범이다. 인간들은 권리라는 무기를 사용해 타인이 넘볼 수 없는 자기만의 성채를 쌓는다.

이 시대를 지배하는 논리는 ‘인간다움’이나 ‘아름다움’ 혹은 ‘성스러움’이 아니다. 다만 ‘효율성’이나 ‘시장의 원리’와 같은 도구적 합리성만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지고의 원리가 된다. 무척이나 현대적이고 세련되어 보이는 이런 개념들은 자본증식이라는 균일한 목표를 위해 봉사한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이같이 이기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경쟁의 장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안정적인 관계 안에 머물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경계심과 적대감에서 벗어나 유대와 헌신을 나눌 수 있는 삶의 공간을 염원한다. 이런 갈망은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난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인 저자의 이 책은 바로 이런 갈망을 추구하기 위한 이론적 모색이다. 이 책에서는 최근까지 서구학계에서 이루어진 공동체에 대한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바람직한 공동체가 어떻게 추구될 수 있는가를 실천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퇴니스, 뒤르켕, 마르크스, 베버 등의 이론을 정리하고 이어서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공동체의 유형과 특성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공동체의 실현에 필요한 기초개념과 실천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이루어진 공동체에 관한 학문적 모색은 손꼽을 정도로 적다. 그간 한국에서 공동체에 관한 학문적 관심이 미약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 한국사회의 진행방향이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근대국가’의 추구에 있었기 때문에 전근대적 공동체를 해체하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둘째로는, 그간 군사독재 치하에서 공동체는 국가지상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밖에 없었고, 이와 더불어 지연 혈연 학연과 같은 ‘유사 공동체’의 폐해가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도 근대성의 폐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다. 이제 국가공동체나 유사 공동체가 아닌 ‘진정한 공동체’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 책은 공동체에 관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너무 서구 이론의 소개에 집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책 속에서 조선의 두레공동체에 대해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현대 한국에서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 운동에 대한 분석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자본주의 체제와 공동체의 관계라든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논쟁, 그리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유사 공동체에 대한 비판 등이 곁들여졌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학계의 역량이 아직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이어 좀 더 우리의 현실과 맥락에 충실한 다음 저작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 승 환(고려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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